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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튀는 '골프아이돌' 리키 파울러(28·미국)는 새해 들어 발목을 덮는 하이톱 골프화와 조깅복 같은 쫄바지를 착용하고 필드를 누비고 있다. 언뜻 우스꽝스러워 보이지만 그의 패션을 따라 하는 골퍼들은 계속 늘어날 것 같다. 패션에 대한 관심만큼 기량도 정상급이라는 것을 확실히 증명했기 때문이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25일 "올해 남자골프의 판도는 '빅3'가 아닌 '빅4'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조던 스피스(미국)-제이슨 데이(호주)-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3강이 세계골프를 주도했다면 올해는 여기에 파울러가 가세한다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24일 끝난 유럽 투어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에서 스피스(11언더파)와 매킬로이(14언더파)를 밀어내고 16언더파로 우승한 파울러는 25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4위(종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파울러는 몇 해 전만 해도 만년 유망주였다. 스물넷이던 2012년 매킬로이를 연장 끝에 누르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첫 승을 올렸지만 3년간 우승을 보태지 못했다. 알을 깰 조짐은 2014년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그해 4대 메이저대회에서 준우승 2회를 포함, 모두 톱5에 들었다. 마침내 지난해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플레이오프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을 제패하며 '거품 논란'을 씻은 데 이어 올해 최고의 한 해를 예고하고 있다.
파울러는 타이거 우즈(미국)의 옛 스승 부치 하먼(미국)을 2년 전 만나면서 달라졌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샷 준비동작이다. 어드레스 뒤 허리높이나 그보다 약간 높은 위치까지만 테이크어웨이 동작을 한 번 취해주는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자세를 잡고 바로 스윙에 들어간다. 파울러는 이 준비동작을 '슬로모션 리허설'이라 부른다. 핵심은 '느리게'와 '토(toe)'다. 파울러는 "슬라이스나 훅 등 미스샷은 몸의 어느 한 부분이 빨라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나는 클럽에 비해 어깨가 빨리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래서 클럽헤드의 토(앞쪽) 부분을 먼저 움직이게 한다는 느낌으로 천천히 리허설을 해본다. 느리게, 몸통이 똑같이 따라갈 수 있게 기억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럽이 지면과 평행을 이루는 시점에 테이크어웨이를 멈춘 다음 클럽의 그립 끝이 오른발 끝에 놓이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반복 연습했다고 한다.
파울러는 또 어드레스 때 턱을 들어 왼쪽 어깨가 지나갈 공간을 확보했고 백스윙 톱에서는 양손이 머리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도록 폼을 바꿨다. 그 결과 넓은 스윙 아크에 따른 폭발적인 장타가 가능해졌다. 이와 함께 임팩트 때 몸통을 오른쪽으로 과도하게 눕히는 버릇도 고쳐 더 정확한 타격을 할 수 있게 됐다.
파울러는 "예전에는 나흘 내내 잘 치는 대회가 드물었지만 지금은 샷에 일관성이 생겼다"며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1년 내내 경쟁하는 위치에 있고 싶다. 올해 최종 목표인 메이저 우승을 향해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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