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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253> '공딩 급증' 불안한 미래의 징후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현재 일어나는 일뿐이다. 이미 있는 것은 미래가 아니고 현재다. 따라서 미래의 것을 예언하거나 예감한다는 것은 아직 없는 것이기 때문에 미래 자체는 아니고, 단지 미래에 일어날 사건이나 일에 대한 원인이나 이유와 같은 것이다. 예언자는 현재 자신의 정신 속에 포착된 미래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미래를 예언하는 것이다.” - 아우구스티누스

불안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많지만 ‘불안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불안은 미래에 관한 것이지만 미래는 알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불안을 느낀다는 건 현재 속에서 미래에 발생할 좋지 않은 일에 대한 징후를 포착한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이야기한 것처럼 ‘불안한 예감’이다. 일종의 강박증처럼 터무니없는 확대해석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불안은 그럴 듯한 증거에 기반한다.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경제위기 때처럼, 버블붕괴처럼…’ 과거에 있었던 사건과의 비교 분석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태도의 표명이자 유일한 방책이기도 하고.



그런데 가끔은 엄청난 폭풍우가 몰려 온다는 걸 예감한다. 터전을 산산이 부숴버릴 만한 위력의 폭풍우. 더 다가오기 전에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행동을 요약하면 두 가지다. 기다리거나 도망치거나. 양쪽 다 위험한 일이다. 도망친다고 살아남을 거란 보장이 없다. 환경의 변화는 곧 위험이기도 하니까. 이방인이 된다는 건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어쨌든 기다리는 사람보다는 현명한 선택으로 보인다. 의문스러운 상황은 뻔히 위험해질 걸 알면서도 가만 있기를 선택하는 경우다. 잔류를 결정하는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면 지극히 수동적이거나 과도한 자신감에 젖어있거나 둘 중 하나다. 풀어서 얘기하면 전자는 별다른 대안이 없어서 있을 수밖에 없는 경우고, 후자는 폭풍우가 몰아쳐도 ‘나는 끄떡없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회사의 위기에 대입해보자. 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건 투자를 줄이고 비용을 감소한다는 뜻이다. 인력감축이 첫 번째다. 인사, 총무 등 지원부서부터 시작된다. 임원진 비율도 줄인다. 회사는 임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종용하기 시작할 것이다. 일반적인 구조조정에서 연차가 낮은 대리, 신입사원은 포함되지 않아 왔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편이고 실질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통념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전례가 생겼다. 두산중공업의 신입사원과 23살 직원의 희망퇴직 종용은 연일 매스컴을 뜨겁게 달궜다. 더 이상 어리다고 또는 연차가 낮다고 해서 안전하지 않다.

대기업의 도산을 목격해 온 젊은 세대들이 대학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일찌감치 공무원 준비를 시작하는 고등학생이 갈수록 늘고 있다. 마지막 안전지대는 국가란 생각으로. ‘공딩(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고등학생)’ 급증은 불안한 미래를 예견하는 또 다른 징후다. 19살 학생이 ‘꿈’이 아니라 ‘안정성’을 좇아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회에 무슨 희망이 있겠느냐는 물음에 반박할 만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김나영기자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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