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구의 약탈자'서 '친환경 CEO'로
모듈형 카펫타일 회사 경영자 레이 앤더슨
12년간 온실가스 82%·석유연료 60% 감축
CSV, 마케팅 아니라 기업 전략 차원 접근을
경영진 강한 의지·적극 노력없인 혁신 불가능
인사시스템 등 방향성 있는 전략적 투자 필수
매출·순이익 급증시킨 '미션제로' 성공 조건
환경전문가 팀 꾸리고 R&D·교육훈련 조직 마련
구성원 참여·문제점 개선 노력에 CEO 열정 더해
2016년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이익을 비즈니스 전략으로 연결하는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이 한국 사회에 소개된 지 5년째 되는 해다. 그동안 CSV의 다양한 사례와 성과는 언론에 활발히 보도됐다. 그러나 정작 기업이 어떤 조직적 프로세스를 거쳐 CSV를 도입, 실행하고 성과를 창출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드물다.
CSV 전략을 실행하는 조직 내 일련의 과정은 아직도 미지의 블랙박스인 셈이다. 이유는 일부 기업에서 CSV를 전략이 아닌 마케팅이나 PR적 관점에서 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직 내부의 블랙박스를 해독하지 않고서는 CSV의 혁신과 성과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불가능하다.
지난 2011년 타계한 모듈형 카펫타일 회사 인터페이스 최고경영자(CEO)인 레이 앤더슨은 2009년 TED 강연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환경을 파괴하는 '지구의 약탈자'에서 지속가능 경영을 표방하는 '친환경 CEO'가 됐는지 소개했다. 특히 지난 12년간의 사업적 성과를 이야기하면서 온실가스 사용량 82% 감축, 생산단위당 석유연료 사용량 60% 감축, 그리고 3분의2 이상 증가한 매출과 2배로 뛰어오른 순이익 등을 강조했다. 이와 같은 사업성과는 1996년 앤더슨이 오는 2020년까지 인터페이스 공정에서 환경에 부정적인 요소를 완전히 없애고자 '미션제로'라고 이름 붙인 비전에서 출발했다.
이러한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앤더슨은 몇 가지 조직변화를 추진했다. 첫째, 인터페이스는 환경전문가로 구성된 에코드림팀을 구성하고 네덜란드 환경단체인 내추럴스텝 이 전략적으로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 만든 분석틀을 수용했다. 둘째, 미션제로를 위해 연구개발(R&D) 자회사인 IRC(Interface Research Corporation)와 교육훈련 자회사인 OWL(One World Learning )을 설립해 조직의 기초를 마련했다. 셋째, 기업의 변화 프로그램인 QUEST (Quality Utilizing Employee Suggestions Teamwork)를 통해 구성원의 적극적인 의견제시와 참여를 이끌어냈다. 넷째, 문제점을 진단, 연구하고 진행과정을 측정하는 에코센스를 실행해 혁신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같이 모듈형 카펫타일 회사인 인터페이스는 끊임없는 도전을 바탕으로 사업 성공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이 성공은 미션제로를 달성하겠다는 CEO인 앤더슨의 강력한 실행의지와 뜨거운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인터페이스 사례에서 보듯이 CSV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CEO는 기업 운영의 바탕이 되는 사업철학 및 비전에 CSV를 포함해야 한다. CEO가 관심을 갖지 않는 CSV는 '비즈니스 전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CEO는 프로젝트 성공에 필수적인 자원을 조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는 현재 CSV 전략을 수행하려는 많은 기업이 자사의 철학이나 비전과는 사뭇 다른 CSV 사업에 매몰돼 간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둘째, CEO가 CSV 전략 수행을 위한 조직변화를 직접 설계하고 관리해야 한다. 조직변화는 CSV 인력을 양성하고 CSV 프로세스를 측정하며 다양한 인센티브를 관장하는 인사 시스템에서 시작된다. 이를 통해 R&D를 포함한 가치사슬의 여러 단계에서 포괄적인 CSV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단언컨대 CEO가 CSV 전략을 직접 챙기고 관리하지 않는 기업은 CSV 전략의 과실을 즐길 수 없다. 저성장 시대를 헤쳐나갈 원동력을 찾으려는 기업이라면 리더가 직접 나서야 한다. 전략적 방향성을 상실한 채 전략적 투자를 미루고 직원들의 사기를 낮추는 CSV 무늬로는 한국 기업 CSV 전략의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