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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저앉은 성장률… 재정·통화정책 한계 드러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6%에 그쳤다. 물론 지난해 성장률이 2%대를 기록한 데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라는 돌발변수가 큰 역할을 했다. 메르스의 충격이 지나간 지난해 2·4분기 성장률이 4분기 중 최저인 0.3%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점을 고려하더라도 문제는 심각하다. 성장률이 2012년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2.3%까지 곤두박질한 후 2013년 2.9%, 2014년 3.3%로 올랐다가 3년 만에 다시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4년 중에서 3년이나 2%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을 보면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로 진입한 게 아닌가 우려된다.

정부는 그동안 저성장을 막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쳤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세월호 사고 여파로 경제가 흔들리던 2014년 7월 취임 직후 경기부양에 나서 41조원 규모의 재정보강책을 실시했고 그해 10월에는 내수를 끌어올린다며 5조원을 더 풀었다. 지난해 메르스 때는 2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고 10월에는 9조원 규모의 추가 재정보강책도 내놓았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인위적인 소비진작에 나선 것도 이때다.

한국은행도 경기부양에 동참했다. 2014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낮춰 현재 기준금리는 1.5%까지 내려와 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재정·통화정책을 펼쳤는데도 성장률이 고작 2.6%라는 것은 뭘 의미하는가. 우리 경제가 재정·통화정책만으로는 절대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을 가르쳐줄 뿐이다.



올해 우리 경제는 소위 '칵테일 리스크'에 직면해 지난해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럼에도 조자룡 헌 칼 쓰듯 하는 재정·통화정책은 더 이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투자와 소비의 애로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구조개혁 외에는 대책이 있을 수 없다. 정부는 4대개혁의 끈을 더욱 졸라매고 규제를 혁파해 기업의 투자의욕을 살리고 신산업 창출을 위한 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기술혁신을 향한 노력 또한 정부와 기업 모두에 주어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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