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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Life] 좋은 보고서 내도 현실 안 바뀌어… 책 읽는 환경 직접 만들고 싶었죠

정부 출판硏 나와 '책과사회연구소' 설립한 백원근 대표

[컬쳐&라이프]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8
[컬쳐&라이프]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독서 안하는건 스마트폰 영향 있지만 못 읽을 정도로 생활이 팍팍한 것도 한몫

그래도 '삶의 힘' 키우는데 독서가 최고

기업 도서관 현황 평가·독서마케팅 등 책 접할수 있는 기반 조성 프로젝트 추진

할인 없는 완전도서정가제 도입해야… 소규모 출판사 서점도 살아남을 수 있어


출판지식산업 육성 방안, 도서정가제 평가 및 방향에 관한 연구, 국민 독서실태조사, 전자책 독서실태조사 등.

출판문화의 향상과 출판산업 발전을 위한 조사 연구를 위해 지난 1986년 6월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재단법인 한국출판연구소에서 나온 보고서들이다.

이 보고서들을 직접 작성한 이는 백원근(사진)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다. 그는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간 출판연구소에서 근무하며 한국 출판의 현실을 진단하고 출판문화 진흥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20년간 적을 둔 출판연구소를 떠나 연구소를 따로 차렸다. 지원금을 받아 편하게 연구할 수 있는 곳을 제 발로 나온 것이다.

"좋은 보고서가 나와도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데 20년이 걸렸다." 백 대표가 '책 생태계의 희망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책과사회연구소를 설립한 이유다. 연구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책 읽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에 책이 스며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연구소 이름에 그대로 담겼다.

책은 사람들 손에서 점점 더 멀어져가고 있다. 문체부에서 발표한 '2015 국민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교과서·수험서·잡지·만화를 제외한 일반 도서를 1권 이상 읽은 비율인 연평균 독서율이 성인의 경우 65.3%로 나타났다. 조사가 시작된 1994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백 대표는 연구실에 틀어박혀 보고서를 쓰기보다 현장에서 실제로 책 읽는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백 대표는 "아직은 희망의 끈들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출판 전문가인 그에게 책을 안 읽는 이유에 대해 물어봤다.

스마트폰이 나오는 등 매체 환경이 바뀐 것을 독서량이 줄어든 이유로 꼽았다. 과거에는 텔레비전과 영화가 책의 경쟁 상대였다면 이제는 스마트폰이 또 다른 경쟁자로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백 대표는 근본적으로 삶이 팍팍해진 데서 원인을 찾는다. 그는 "독서율 하락의 근본 요인 중 하나는 책이 눈에 안 들어올 정도로 사회생활이 팍팍해진 데 있다"며 "아무리 돈이 있고 시간이 많아도 머릿속이 복잡하면 책을 읽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환경 탓만 할 수는 없다. 책이 주는 효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백 대표는 "천년만년 사는 사람은 없지만 책을 읽으면 그만큼의 삶을 살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책은 인간적인 삶을 살게 해준다. 읽어야 생각하는 힘이 길러지고 생각하는 만큼 세상을 산다"고 강조했다.

책을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세상에는 자기에게 맞는 책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책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도 빠질 만한 책이 있다"고 말했다. 팍팍한 삶에서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연구소를 개소한 만큼 백 대표는 앞으로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방침이다.

다양한 구상을 하고 있지만 우선 기업의 독서 환경 개선을 위해 500대 또는 1,000대 기업의 독서 환경을 조사해 발표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실(도서관)이 있는지, 책 보유량이 얼마나 되는지가 평가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백 대표가 이 같은 방안을 생각하는 것은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 이들이 직장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면 독서율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백 대표는 직장에서 책을 구입할 경우 도서 구입률이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출판 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백 대표는 "개인도 책을 안 사고 도서관도 책을 안 사는 상황에서 사회적 구매 수요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기업들의 독서 환경을 조사하면 기업들이 자극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책의 효용을 알릴 수 있는 책도 낼 계획이다. 책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으면 아무리 강조해도 읽지 않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내용의 외국 기사를 본 적이 있다"며 "독서가 실제로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점을 알리는 독서 마케팅 책을 쓰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부 산하 연구소에서 수십 년간 일한 전문가답게 독서 전담 부서를 마련한 군포시의 예를 들어 정부의 독서진흥 정책에 대한 진단도 잊지 않았다.

군포시는 독서 관련 예산만 10억 원이 넘으며 매달 인문학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백 대표는 "독립된 독서진흥법이 있음에도 이것을 전담할 수 있는 전담 부서도 없고 인원도 많지 않다. 정부가 밝힌 대로 문화융성을 하기 위해서는 독서가 인프라일 수 있다"며 "국민들의 '책 읽기' 힘에 기반을 두지 않고는 독서 정책은 구호에만 그칠 수 있다.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대 15%까지만 할인이 가능하도록 한 개정 도서정가제에 대해서는 시행 후 책값이 떨어지는 등 일부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가격 할인이 없는 완전 도서정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격 할인이 있을 경우 장기적으로는 가격 경쟁으로 규모가 있는 출판사와 온·오프라인 서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백 대표는 "규모가 있는 출판사와 온·오프라인 서점만이 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작은 곳도 존립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만들고 독자들이 가격에 신경 쓰지 않고 책을 구매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완전 도서정가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후 논란이 되고 있는 공급률과 관련해 백 대표는 지금 수준보다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공급률은 출판사가 서점 등 도서 유통·판매 업체에 공급하는 정가 대비 도서 가격의 비율을 의미한다. 개정 도서정가제 이후 서점들은 19%까지 할인 판매할 수 있었던 예전 정가제보다 4%포인트만큼 더 받고 책을 팔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공급률은 4%포인트 인상되지 않으면서 출판계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백 대표는 "공급률 인상은 결과적으로 매출을 나눠 가지는 문제이기 때문에 서점의 결단이 힘든 부분이 있다"면서도 "출판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출판계의 목소리를 수렴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밖에 지난해 신경숙 표절 논란과 관련해 문단 내부에서 표절 문제를 다룰 기구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논문 표절이 문제가 돼 논문 표절에 대한 기준이 마련됐다. 문단 내부에서 내부적으로 방안을 마련한다고 약속을 했으면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며 "표절이 의심되면 고발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놓고 공익 개념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co.kr

사진=송은석기자

He is…

△1967년 전북 고창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박사 △2006년 올해의 출판인 특별상(한국출판인회의)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2008년 국제출판협회(IPA) 서울총회 집행위원 △2010년~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규제개혁위원 △1995년~2015년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2015년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2003년~2016년 현재 북스타트코리아 상임위원 △2005~2016년 현재 한국출판학회 이사 △1994년~2016년 현재 일본출판학회 정회원 △2015년~2016년 현재 우리도서관재단 이사

◇주요 논저

△공저: '출판사전' '번역출판' '세계문학론' '한국출판산업사' 등 △보고서: '출판지식산업 육성방안' '도서정가제 평가 및 방향에 관한 연구' '출판시장 사재기 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 '국민 독서실태조사' '전자책 독서실태조사' '독서진흥 연차보고서' 등 △번역서: '출판광고' '서점은 죽지 않는다' '우리 시대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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