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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폐막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은 다양한 기술 융합이 일으키는 혁명적 변화로 정의할 수 있다. 이를 이끌 기술로는 인공지능(AI)·로봇·자율주행차·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바이오 등이 거론된다. 다보스포럼이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과 인공지능 활용이 확산되면서 앞으로 5년간 전 세계에서 일자리 700만개가 사라진다. 물론 빅데이터 산업의 발전으로 새로 210만개의 일자리가 생기기는 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500만개에 가까운 일자리가 없어진다. 기존 1차 혁명의 증기기관을 통한 기계화, 2차 혁명의 전기를 활용한 대량생산, 3차 혁명의 정보화·전산화 등과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큰 충격이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다보스포럼은 인공지능이 화이트칼라의 직업을 대체하는 시기를 2025년,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는 시기를 2026년으로 전망했다. 이는 해당 산업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이른바 티핑 포인트가 그렇다는 것으로 실제로 4차 산업혁명은 많은 분야에서 이미 시작됐다.
우리는 현실이 된 4차 산업혁명을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나. 물론 일자리가 없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근본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들이 있다. 자율주행차만 해도 운전자가 없는 무인 자율주행차가 앞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다면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쉬운 듯 쉽지 않은 문제다. 자율주행차는 결국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해킹하거나 바이러스를 퍼트린다면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PC 보안과는 차원이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 몇 년 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마이클 샌델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에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열차가 철로에서 일하는 5명의 인부를 향해 돌진하는 대목이 나온다. 저자는 1명의 인부가 일하는 비상 철로로 열차 방향을 바꿔 5명을 살리고 1명을 죽이는 선택을 하는 것이 정당한지 묻는다. 자율주행차는 컴퓨터니까 이런 경우 어떤 선택을 할지 사전에 입력이 돼 있어야 한다. 입력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살인 로봇은 핵무기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국방기술품질원이 며칠 전 발간한 '2011~2015년 세계 국방 지상 로봇 획득 동향'을 보면 세계 각국은 다양한 지능형 무장 로봇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 미국이 2025년께 전장에 투입할 계획을 세우고 개발한 4족 로봇 '빅 도그(Big Dog)'는 험지에서 최대 154㎏의 짐을 운반하며 시속 11㎞ 이상으로 달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로봇이 머지않아 기관총이나 폭탄을 장착한 채 자신의 판단으로 사람을 공격하는 살인 로봇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인류가 전멸하지 않으려면 살인 로봇 개발을 금지하는 세계 각국의 합의가 있어야 하지만 과학자들의 호소는 허공의 메아리일 뿐이다.
빅데이터 산업은 자칫 개인정보 보호와 대척점에 설 수 있다. 빅데이터 산업은 개인정보를 잘 활용하면 사람의 삶에 큰 도움을 주겠지만 오·남용을 하면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빅브라더로 바뀔 수도 있다. 현재까지 개인정보보호법은 이를 막기 위한 견제장치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만 과도한 개인정보 사전동의제도로 빅데이터 산업의 활성화가 차질을 빚는 측면도 생겨나고 있다.
그나마 이런 문제는 예상이라도 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4차 산업혁명은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범위가 크다는 것을 알 뿐 방향을 가늠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해 중학교에 들어가는 아들은 영어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구글 번역기에 맛을 들여 그런지 조만간 온 세상 사람들이 영어를 몰라도 기계의 도움을 받아 의사소통을 완벽하게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들이 꿈꾸는 그런 세상이 올지, 그런 세상이 오면 외국어 공부는 필요 없을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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