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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고등학생 '피아니스트'가 서울대 음대 신입생이 돼 화제다.
주인공은 선천적으로 지적장애 3급을 갖고 태어난 강원도 원주 치악고 3학년 이들림(19·사진)군.
서울대에 따르면 그는 2016학년도 음대 기악과 정시모집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Ⅱ에 최종 합격했다.
어머니 김미연(52)씨는 "입학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그동안 고생한 게 떠올라 들림이와 함께 엉엉 울었다"고 소감을 털어놨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피아노를 시작한 들림군은 음악을 하기 전까지는 자폐증상까지 보였다.
김씨가 음악을 전공했지만 아들이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아주 우연히 알게 됐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이군이 어머니와 함께 간 세미나에서 찬송가를 듣고 집에 와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건반에 쳐 낸 것이다. 김씨는 "악보를 보지도 못하는 아이가 한순간에 들은 곡을 페달까지 안 틀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치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랐다"며 "그때부터 음악의 길이 열렸고 들림이도 점점 자신감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내가 음악을 전공해서 알지만 입시를 위해 제대로 연습하기 시작하면 그 과정이 너무 어렵고 힘들다"며 "하지만 들림이가 온종일 음악을 하는 게 너무 행복하다면서 하고 싶다고 고집을 부려 결국에는 이렇게 됐다"며 웃었다.
이군은 제4회 전국장애학생 음악콩쿠르에서 금상을 탔고 2014년에는 전 세계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의 음악 축제인 '평창스페셜뮤직 & 아트페스티벌'의 개막 연주를 맡기도 했다. 이외에도 여러 대회에 참가해 수상했고 활발한 공연 활동을 하고 있다.
밥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항상 피아노 옆에 붙어 있다는 이군이 꿈꾸는 대학생활도 온통 피아노에 관한 것이다.
김씨는 "평생 연습하라고 강요해본 적도 없지만 들림이의 삶과 피아노는 뗄 수 없는 관계인 듯하다"며 "자기의 음악을 듣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이 꿈인 들림이는 대학 가서 더 많은 곡을 배우고 피아노로 칠 생각에 들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장애아동을 가진 부모들에게도 따뜻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김씨는 "처음에는 들림이가 느닷없이 닥친 불행처럼 느껴졌지만 키우다 보니 굉장히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보게 되더라"며 "처음 절망스러운 상황을 넘어섰을 때 더 귀한 것을 얻게 된다는 것을 많이들 기억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정혜진기자 made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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