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투데이와 블룸버그 등 외신은 저유가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베네수엘라가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연쇄 방문해 감산의 필요성과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할 계획이지만 산유국들이 감산에 합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원유업계 전문가들을 인용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네수엘라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뿐 아니라 비회원국까지 참여하는 긴급회의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조만간 석유장관이 러시아, 카타르,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은 산유국들이 감산에 합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관측이 많다. 그 이유로는 OPEC의 맹주인 사디아라비아가 합의할 가능성이 작다는 게 우선 꼽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년에 두번씩 열리는 OPEC 정례회의에서 일부 회원국의 요청에도 감산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을 주도해 왔다. OPEC이 감산에 들어가면 ‘미국의 셰일원유 생산업체들만 좋은 일 시킨다’는 게 감산에 반대한 근거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셰일 원유 생산업체들을 망하게 하기 위해서는 원유가격이 더 떨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펼쳐 왔다. 셰일 원유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전통적인 원유의 생산비보다 비싸기 때문에 가격이 낮아질수록 셰일 원유 생산업체의 어려움이 심해진다. 이런 사우디아라비아의 예상은 맞아떨어져 미국의 원유 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다. 한 때 미국에서 1,600개가 넘는 원유 채굴장치가 가동했지만 지금은 500개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셰일 원유 생산업체들의 어려움이 막 시작된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가격을 높여 줘 죽어가는 미국 업체를 살릴 이유가 없다.
두바이 소재 원유 컨설팅업체인 콰마르 에너지의 최고경영자 로빈 밀스는 “감산하면 미국의 셰일 업체들이 혜택 볼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 감산 합의를 할 여건은 아직 조성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OPEC 회원국을 믿지 못한다는 점도 감산 합의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지적됐다. 감산하기로 한 뒤에 실제로는 기존 생산량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는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 생산량을 늘려가야 할 이란이 감산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도 감산 합의가 불발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더하고 있다. 시티그룹의 원유시장 애널리스트인 에릭 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이 감산에 합의하기는 어려운 점이 많고, (감산에 따른) 재정적인 혜택도 별로 없을 것”이라며 “감산 합의가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고 USA투데이에 밝혔다.
/이경운기자 cloud@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