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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에 신음하는 산유국들의 연쇄부도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에 이어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가 원유가격 하락에 따른 재정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긴급자금 수혈을 요청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150억달러(약 18조330억원)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세계은행과 아프리카개발은행(ADB)에 35억달러(약 4조2,077억원) 규모의 긴급자금 대출을 요청했다. 케미 아데오순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은 "가장 싸게 자금을 마련할 방법을 찾고 있다"며 "다만 이번 대출은 특별한 조치가 아니며 예산적자를 해결할 수 있는 저렴한 방법 중 하나일 뿐"이라고 밝혔다. 나이지리아는 세계은행으로부터 25억달러, ADB로부터 10억달러 대출을 계획하고 있다.
원유의존도가 높은 나이지리아는 유가 하락세로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FT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지난해 원유수출이 국가소득의 70% 이상을 차지했는데 저유가가 심화하면서 올해는 원유수출액 비중이 전체 소득의 3분의1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IMF가 예측한 올해 나이지리아 경제성장률도 3.25%로 유가 하락 직전인 지난 2014년의 6.8%와 비교했을 때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몇년 전만 해도 500억달러에 달하던 나이지리아 외환보유액도 282억달러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진 리언 IMF 나이지리아 대표는 "나이지리아 경제상황은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필요할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나이지리아가 다른 산유국들과 마찬가지로 저유가로 인한 재정적자 심화 등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저유가에 따른 경제위기가 나이지리아뿐 아니라 다른 산유국으로도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앞서 아제르바이잔도 최근 IMF·세계은행과 구제금융을 논의하고 있다. FT는 "기록적인 유가로 다른 산유국들도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다"며 원유수출에 의존하는 신흥국들의 연쇄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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