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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잊혀진 독립운동가 송몽규 선생 내 연기로 '훌륭한 삶' 기억됐으면

“송몽규 선생의 훌륭한 삶, ‘윤동주의 친구’로만 기억되는 게 아쉬워”

“‘동주’의 현장, 말로 표현하면 그 가치가 떨어질 것 같을 정도로 행복했던 기억”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소중... 어떤 일이든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

■18일 개봉하는 영화 ‘동주’ 속 송몽규 역 맡은 배우 박정민

배우 박정민 인터뷰/권욱기자




‘윤동주의 동갑내기 고종사촌’

독립운동가 송몽규(1917~1945)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윤동주라는 민족시인을 앞세워야만 한다. 윤동주보다 3개월 먼저 태어나 적극적으로 독립 운동을 도모하다 스물 일곱의 나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윤동주와 함께 죽음을 맞았던 청년문사(文士). 하지만 그는 ‘서시’, ‘별 헤는 밤’, ‘쉽게 쓰여진 시’ 등 우리 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시를 남긴 윤동주와 달리 뚜렷한 결과물을 남기지 못했다. 과정은 언제나 행간에 남긴 채 결과만을 기록하는 역사 앞에서 송몽규는 그렇게 잊혔다.

영화 ‘동주(18일 개봉)’ 속 송몽규를 연기한 배우 박정민(29·사진)은 그 지점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주변에 송몽규 선생님 역을 맡았다고 말하면 대부분이 잘 몰라요. 그렇다고 ‘윤동주의 친구’라고 단순히 설명하긴 꺼려져 어떤 일을 하셨다고 자세히 말해 봐도 ‘와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나’ 같은 열렬한 반응은 없었죠. 내심 속상했어요.” 그랬기에 배우로서 맡은 역할을 잘 소화하겠다는 욕심을 넘어 어떤 사명감까지 생겼던 것 같다. “영화에서 송몽규라는 사람을 그려내는 건 아마 제가 처음일 거예요. 송몽규라는 이름이 기억됐으면 좋겠다. 그분에게 누가 되지 않으면 좋겠다. 작품을 하는 내내 생각한 건 그거 하나였던 것 같아요.”

배우가 연기를 하며 가장 노력한 부분은 “송몽규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 윤동주 평전에 남겨진 두 사람의 기록은 물론이며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을 파악하기 위한 문헌들, 나중에는 송몽규가 봤을 법한 사상서까지 찾아 읽었다. 1년 내내 송몽규의 사진을 품고 다니며 수시로 꺼내봤고 북간도 용정에 있는 그의 생가와 무덤에도 다녀 왔다. “막상 촬영에 들어가고 나서는 중국에 다녀온 기억을 잊고 지냈는데 촬영 막바지 일본군 순사에 취조당하는 장면을 찍는 순간 그 분의 건조한 묘가 떠오르더라구요. 갑자기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커지면서 울컥하는 감정들이 치미는데.... 나중에 영화 DVD가 나오면 한 번 더 찾아 뵙고 말씀드리려구요.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영화 ‘동주’는 배우 개인적으로도 뜻깊은 작품이다. 2011년 영화 ‘파수꾼’을 통해 데뷔해 ‘들개’, ‘전설의 주먹’ 등의 작품을 하며 주목받았지만 뚜렷한 대표작을 내지 못했고, 순간 연기를 그만두는 것까지 고민하던 시점에서 이준익 감독과 작품을 만났다. 그리고 “말로 표현하면 그 가치가 떨어질 것 같다”고 할 정도로 행복했던 ‘동주’의 촬영 현장을 통해 “이토록 즐거운 연기를 좀 더 해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고 한다.



“솔직히 화려한 윤동주 시인의 묘 옆에 놓인 비석 하나뿐인 송몽규 선생님의 묘를 보며, 아직 초라하기만 한 나를 보는 것 같아 감상에 젖기도 했어요. 하지만 생각해보니 송몽규 선생님은 비록 결과는 남기지 못했지만 나라를 위해 열정을 바친 자기 삶에 대해 절대 후회하지 않았을 것 같더라구요. 어떤 일이든 결과가 좋다면 더 좋겠지만 안 되더라도 후회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힘든 일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아마 괜찮을 거예요.”

/김경미기자 kmkim@sed.co.kr 사진=권욱기자

배우 박정민 인터뷰/권욱기자


영화 ‘동주’ 속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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