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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이어 일본이 잇따라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한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은행권을 대상으로 '마이너스 금리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한다. 이 때문에 미 경기하강 압박이 강해질 경우 연준이 긴축을 포기하고 제로금리로의 회귀를 넘어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금리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추측을 낳고 있다.
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연준은 연례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미 국채 수익률이 중장기적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에 머무르는 상황을 가정해 대형은행들의 기초체력을 평가할 계획이다. 미 국채 3개월물 수익률이 2·4분기에 마이너스로 떨어진 뒤 오는 2019년 1·4분기까지 -0.5% 수준을 유지하는 강도 높은 시나리오다. 아울러 연준은 심각한 글로벌 불황, 기업의 재무압박,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준하는 10%대 실업률 등 극단적 위기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도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채 3개월물의 수익률은 수년간 여러 차례 0%대 아래로 떨어진 바 있다. 특히 지난해 9월에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칠 때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보류하면서 -0.05%까지 추락했다.
일단 연준은 이 같은 시나리오가 실제 경제전망이나 금리 인상 계획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가 연준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완벽하게 배제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우리는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경기가 예상 밖으로 둔화되거나 강력한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잠재적으로 고려할 조치"라고 말했다.
한편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펴는 중앙은행은 유럽중앙은행(ECB)과 스위스·스웨덴·덴마크 등이다. 지난달 29일에는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결정했으며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필요하면 마이너스 폭 확대도 불사할 방침을 시사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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