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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영화는 천만영화가 속출하는 등 겉은 화려했지만 실속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 한국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극장에서 개봉한 한국 상업영화의 투자 수익률은 -7.2%로 잠정 집계됐다. 한국 상업영화의 투자수익률은 줄곧 손실을 내다 2012년 처음으로 13.3%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후 한국 영화 시장의 전반적인 성장세가 이어지며 △2013년 14.1% △2014년 0.3% 등 매년 플러스 수익을 거뒀지만 4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선 셈이다. 영진위의 한국영화 투자수익률 조사는 2015년 극장 개봉한 한국영화 232편 가운데 상업영화로 분류되는 73편(총제작비가 10억 원 이상이거나 전국 개봉 스크린 수가 100개 이상인 작품)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국제시장, 암살, 베테랑 등 무려 세 편의 천만 영화를 배출한 것은 물론 극장을 찾는 관객 수나 관람횟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영화의 수익률만 반대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 셈이다. 한국영화 투자수익률이 이처럼 마이너스로 돌아선 가장 큰 이유는 흥행 영화에만 더 많은 관객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스타 감독이 스타급 배우들을 캐스팅해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한 '대작'에만 관객들이 쏠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제작비 구간별 수익률을 살펴보면 80억 원 이상의 제작비를 투자한 블록버스터급 영화의 투자 수익률은 26.1% 흑자를 기록한 반면 평균제작비인 52.3억 원 이상 80억 원 미만 투자한 작품은 -22.2%, 10억 원 이상 52.3억 원 미만 투자한 작품은 -56.9%의 손실을 봤다. 제작비 규모가 작을 수록 평균 수익률이 낮아지는 현상이 뚜렷했다. 손익분기점을 달성한 영화는 16편에 그쳤다. 투자 이익을 본 영화는 2편 감소한 반면 투자 수익률 100% 이상을 거둔 작품은 2편이 증가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요즘 개봉 영화는 '초대박' 아니면 '완전 쪽박'이라는 농담이 현실이 되고 있다"며 "적절한 제작비로 200만~3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하는 이른바 '허리'급 영화가 점점 실종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전체 영화산업 매출은 2조1,131억 원으로 전년 대비 4.2% 성장하며 2년 연속 2조 원 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극장을 찾은 관객 수도 2억1,729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으며 관람횟수도 4.22회로 전년 4.19회 대비 늘어나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15년 극장 개봉한 영화는 총 1,176편으로 2014년 1,095편 대비 7.4% 증가했으며 한국영화 완성작 수출실적은 2,937만 불로 전년 대비 11.3% 늘어났다.
/김경미기자 km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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