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정치가에는 한 가지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 앞으로 보낸 박근혜 대통령 64세 생일 축하 난(蘭) 수령을 거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죠. 3번 이나 거부 의사를 밝힌 박 대통령은 결국 사건이 화제가 되자 ‘축하 난을 받겠다’며 입장을 바꿨죠. 백담사에서 은둔 생활을 마치고 내려온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노태우 전 대통령이 보낸 선물도 난(蘭)이었습니다. 그런데 승진이나 영전을 축하할 때, 왜 다른 선물도 아닌 난(蘭)을 보내게 된 것일까요?
난을 선물로 하게 된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 지조와 절개라는 꽃말
● 사육신 성삼문도 반해버린 그윽한 향기
- 성삼문은 자신의 작품에서 난초의 뛰어난 향기가 다른 열 가지 종류의 꽃향기에 상당한다고 서술했다.(<비해당사십팔영>)
● 화분에 심기 적당한 크기로 누구에게나 선물이 가능하다는 점
난(蘭)을 선물하기 시작한 정확한 유래는 없습니다. 국내에서 난이 재배되기 시작한 때가 고려 시대이니 그 시점부터 난을 선물하는 문화가 생기지 않았겠나 하는 추측이 있습니다. 고려 후기 문인 익재 이제현 선생의 <역옹패설>을 보면 고려 시대에 난 선물로 주고 받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일찍이 여항이란 땅에 가서 있을 때 난초 한 분을 선물로 주는 이가 있었다.…맑고도 아름다운 그 향기는 마음으로 사랑할 뿐이요 도저히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난 선물이 보편화 된 시기는 1990년대였습니다. 한국난문화협회 허왕수 사무총장은 “1980년대까지 가격이 비싸 찾는 사람이 많지 않던 난은 대만 등지에서 보세란(報歲蘭)이 대량 수입되고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대중화될 수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귀한 사람, 귀한 행사에 선물하는 난(蘭) 의미를 알고 나니 더 값지게 느껴지시나요?
/이종호기자 phillie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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