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지난해보다 두 배 규모로 확대한다고 발표하면서 의료계와 충돌하고 있다.
지난달 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독자 추진한 시범사업을 통해 원격진료가 안전하고 유용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업 대상 기관 및 환자 수를 늘리고 의료법 개정안 입법화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원격진료 찬성 측은 시범사업에서 환자의 만족도와 임상적 유효성이 높게 나왔으며 환자중심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을 의료영역에 적극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 측은 시범사업 자체가 대상 의료기관 및 환자 수가 너무 적어 객관성·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원격진료가 오진의 위험성이 크고 기술적 결함으로 환자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찬성-안무업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의료접근성 높여 '더 안전한 치료' 가능
●의학은 생명 구하는 안전한 방법 찾는 것
●공공성 있는 원격진료만 허용 논리, 의학적 의미 없어
●면대면 진료 고집 말고 의료계 선도 기회 잡아
필자가 의과대학생·수련의·전공의 시절 선배의사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잘못하다가는' '까딱하다가는' 등 긴장과 위험에 관한 말들이었다. 특히 병이 위중한 것보다도 치료·검사의 방법이 위험할 경우 더욱 긴장해야 한다는 말을 그야말로 귀에 굳은살 박이도록 들어왔다. 의학이란 인간을 질병으로부터 구하고 건강법을 모색하는 학문이며 의료는 이의 구현으로 정의되지만 필자의 짧은 경험으로는 의학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위험할 수도 있는 물질과 수단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고 검증하는 학문이라 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응급의학을 전공한 필자는 의료 환경이 열악한 강원도에서 의사생활을 시작했으며 정보기술(IT)에 대한 관심 등의 인연으로 몇 가지 원격의료 서비스를 운영해오고 있다. 의사가 없는 지역의 만성질환자들을 위한 원격의료, 응급의료기관 간 원격협진, 교도소 원격의료, 치매 원격의료를 운영해왔다.
원격진료를 반대하시는 의사들도 많다. 우선 직접 환자를 보지 않는 원격진료가 근본적으로 위험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며 상당 부분 이해도 간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위험한 것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것이 의학의 본질이니 더욱 연구해서 안전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반박할 수밖에 없다. 또 의사가 없는 시골에 사시는 고혈압·당뇨병 환자분들이 하루도 약을 못 드시는 것보다는 원격의료라도 이용해 매일 약을 드시는 것이 더 안전하지 않겠는가. 나아가 평상시 환자를 잘 아는 의사가 원격으로 진료해 준다면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스마트 기술 등을 활용해 주치의가 환자들의 평상시 혈압·혈당을 살펴주고 신체 및 영양활동을 체크하며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생활습관 자체를 수시로 살펴 줄 수 있다면 이는 위험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안전한 의료행위가 될 것이다.
이번 정부의 원격진료 시범사업 확대가 국내 대기업이 의료계에 진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의료민영화의 길목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미 여러 대기업들이 제약·의료기기는 물론 병원 자체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우려가 어떤 의미를 가질지 이해하기 어렵다. 환자가 항생제를 먹어야 할 때 '공공성이 보장된 약'과 '민간기업의 이익이 보장된 약' 중 어느 것이 좋은가라는 논의가 의미가 없는 것처럼 환자의 질병 관리에 도움이 되고 편리한 원격진료를 의료의 공공성이 확보되는 수단으로는 괜찮고 민간기업의 이익이 보장되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식의 논리는 맞지 않다. 마찬가지로 원격의료 대신 직접 의료인을 의사가 없는 지역에 또는 필요한 지역에 보내야 한다는 주장도 수많은 해열제 알약이 있는데 무엇 때문에 물약을 만드느냐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현대의학 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마취제·X레이·컴퓨터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극적이고도 과학적이며 민주적인 도입 문화다. 대부분 의과대학은 아침마다 회진 전 환자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하는 시간을 가진다. 임상 또는 실험실에서 새로운 치료방법을 찾아내 학회·논문발표를 통해서 더욱 많은 의학자들과 논의하고 발전해나가는 문화는 앞으로도 현대의학을 더욱 발전시켜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원격의료가 이러한 의학적 전통에서 벗어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 '원격의료는 안 된다'는 선언에 앞서 더욱 많은 의사들이 자유롭게 원격의료에 참여 연구하고 새로운 ICT 기술을 적극 의료의 영역으로 받아들여 발전시키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홀로그램을 통해 대화를 하며 웨어러블, 삽입형 의료기기들이 상용화되고 드론이 응급장비를 나르는 최첨단 ICT 시대에 우리나라만 '환자는 직접 만나야 한다'는 20세기형 면대면 진료만 고집하는 국가로 남지 않았으면 한다. 서양의학을 받아들이기만 했던 우리나라 의료가 ICT 기술을 통해 세계 의료계를 선도하기를 기대한다. 우리에게는 능력이 있으며 우리에게 그런 기회가 왔다.
반대-최재욱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편리·경제성 앞세워 건강권 위협하는 꼴
●원격의료 2차 결과, 안전 빠진 만족도 과장광고
●정상적 진료 불가능… 오진 위험성 높아
●환자안전·임상 유효성 관한 검증이 먼저
정부는 지난달 27일 원격의료 2차 시범사업 결과를 발표했다. 83~88%의 환자만족도를 자랑하며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미래창조과학부, 국방부, 그리고 산업통상자원부 등 6개 부처와 함께 직접 브리핑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표한 이번 시범사업 결과 역시 '환자안전'은 보이지 않고 정책시행 목적만을 달성하기 위해 근거 없는 억지 춘향이 격의 '만족도 집계'로 치장된 전형적인 과장광고의 요란한 깃발만 나부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 과연 정부의 계획대로 원격의료를 그대로 밀어붙여도 문제는 없는 것인가. 일부 원격의료 찬성론자들은 보안 문제 때문에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것은 보이스피싱이 무서워 인터넷뱅킹을 하지 말자는 주장과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어떻게 돈과 건강을 연계할 수 있단 말인가.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도 끊이질 않고 발생하는 금융 사고는 매번 뉴스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하물며 완벽은커녕 아직도 환자 안전성 검증조차 시행하지 않은 원격의료시스템이 가동이라도 된다면 금융사고가 아닌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을 텐데 그때는 어찌해야 되는지 상상하기조차도 끔찍하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될 수 있는 의료 분야는 여타 산업과는 차원이 다르다. 보이스피싱으로 돈을 잃는다면 다시 만회할 기회가 있지만 건강은 한번 잘못되면 다시 정상으로 회복되기가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원격의료는 말 그대로 의사를 직접 보지 않고 기기를 통해 증상을 호소하고 진료를 받고 이에 따른 처방을 받는 새로운 형태의 진료방식이다. 시간에 쫓기는 일반인들 입장에서 언뜻 봐서는 매우 편리하고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의료의 특수한 개념에서 좀 더 신중히 생각한다면 원격의료 그 자체에 돌이킬 수 없는 큰 함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의사와 환자 간 세밀한 의사소통이 어려운 기술적 차단막으로 인해 정상적 진료, 양질의 진료, 제대로 된 진료를 방해하고 교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진단의 정확성은 떨어지고 오진의 위험성은 피할 수 없다. 편리성과 경제성은 추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진료의 질적 수준은 희생양으로 삼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상인에 비해 몸이 불편한 환자들과 연로하신 만성질환자의 경우 대부분 정상적인 의사소통에서조차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의사와 직접 대면해 의사로 하여금 눈으로 꼼꼼히 살펴보는 등 다양한 진찰방법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내려져야만 한다.
국민들의 보편적 대면진료 접근성을 확보해야 하는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원격의료로 대치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인 건강권을 무시하는 것이며 특히 농촌과 도서 산간 지역의 국민과 의료제공자를 무시하고 원격의료 관련 산업계의 요구만을 대변한다는 오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의료 신기술과 국가 보건의료정책은 경제적 관점이나 정치 논리가 지배해서는 안 된다. 의료 신기술과 의료기기는 근본적으로 환자안전과 임상적 유효성을 100% 검증 확인하고 나서야 그다음 단계인 경제성을 검토할 수 있다. 의료 신기술이나 의료기기는 게임기나 컴퓨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과거 잿더미 상태에서 생존을 위해 성장 위주로 대한민국이 내달려 왔지만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 발전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환자안전과 국민건강보호를 최우선의 핵심 가치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근거중심 의학, 현대의학이 안전성과 유효성을 기반으로 삼고 있는 이유 역시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가정책 특히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영향을 주는 보건의료정책이나 의료 신기술은 시행이 우선이 아니라 철저한 검증이 담보돼야 한다. 미국·호주·일본 등 여타 선진국들조차 원격의료의 환자 안전성과 임상 유효성의 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엄격한 사용제한과 환자안전 관리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으며 환자와 의료제공자의 사전동의 없이 시행하지 않고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검증 안 된 원격의료가 '대박의료'가 아니라 '쪽박의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달 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독자 추진한 시범사업을 통해 원격진료가 안전하고 유용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업 대상 기관 및 환자 수를 늘리고 의료법 개정안 입법화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원격진료 찬성 측은 시범사업에서 환자의 만족도와 임상적 유효성이 높게 나왔으며 환자중심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을 의료영역에 적극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 측은 시범사업 자체가 대상 의료기관 및 환자 수가 너무 적어 객관성·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원격진료가 오진의 위험성이 크고 기술적 결함으로 환자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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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안무업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의료접근성 높여 '더 안전한 치료' 가능
●의학은 생명 구하는 안전한 방법 찾는 것
●공공성 있는 원격진료만 허용 논리, 의학적 의미 없어
●면대면 진료 고집 말고 의료계 선도 기회 잡아
필자가 의과대학생·수련의·전공의 시절 선배의사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잘못하다가는' '까딱하다가는' 등 긴장과 위험에 관한 말들이었다. 특히 병이 위중한 것보다도 치료·검사의 방법이 위험할 경우 더욱 긴장해야 한다는 말을 그야말로 귀에 굳은살 박이도록 들어왔다. 의학이란 인간을 질병으로부터 구하고 건강법을 모색하는 학문이며 의료는 이의 구현으로 정의되지만 필자의 짧은 경험으로는 의학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위험할 수도 있는 물질과 수단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고 검증하는 학문이라 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응급의학을 전공한 필자는 의료 환경이 열악한 강원도에서 의사생활을 시작했으며 정보기술(IT)에 대한 관심 등의 인연으로 몇 가지 원격의료 서비스를 운영해오고 있다. 의사가 없는 지역의 만성질환자들을 위한 원격의료, 응급의료기관 간 원격협진, 교도소 원격의료, 치매 원격의료를 운영해왔다.
원격진료를 반대하시는 의사들도 많다. 우선 직접 환자를 보지 않는 원격진료가 근본적으로 위험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며 상당 부분 이해도 간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위험한 것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것이 의학의 본질이니 더욱 연구해서 안전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반박할 수밖에 없다. 또 의사가 없는 시골에 사시는 고혈압·당뇨병 환자분들이 하루도 약을 못 드시는 것보다는 원격의료라도 이용해 매일 약을 드시는 것이 더 안전하지 않겠는가. 나아가 평상시 환자를 잘 아는 의사가 원격으로 진료해 준다면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스마트 기술 등을 활용해 주치의가 환자들의 평상시 혈압·혈당을 살펴주고 신체 및 영양활동을 체크하며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생활습관 자체를 수시로 살펴 줄 수 있다면 이는 위험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안전한 의료행위가 될 것이다.
이번 정부의 원격진료 시범사업 확대가 국내 대기업이 의료계에 진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의료민영화의 길목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미 여러 대기업들이 제약·의료기기는 물론 병원 자체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우려가 어떤 의미를 가질지 이해하기 어렵다. 환자가 항생제를 먹어야 할 때 '공공성이 보장된 약'과 '민간기업의 이익이 보장된 약' 중 어느 것이 좋은가라는 논의가 의미가 없는 것처럼 환자의 질병 관리에 도움이 되고 편리한 원격진료를 의료의 공공성이 확보되는 수단으로는 괜찮고 민간기업의 이익이 보장되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식의 논리는 맞지 않다. 마찬가지로 원격의료 대신 직접 의료인을 의사가 없는 지역에 또는 필요한 지역에 보내야 한다는 주장도 수많은 해열제 알약이 있는데 무엇 때문에 물약을 만드느냐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현대의학 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마취제·X레이·컴퓨터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극적이고도 과학적이며 민주적인 도입 문화다. 대부분 의과대학은 아침마다 회진 전 환자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하는 시간을 가진다. 임상 또는 실험실에서 새로운 치료방법을 찾아내 학회·논문발표를 통해서 더욱 많은 의학자들과 논의하고 발전해나가는 문화는 앞으로도 현대의학을 더욱 발전시켜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원격의료가 이러한 의학적 전통에서 벗어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 '원격의료는 안 된다'는 선언에 앞서 더욱 많은 의사들이 자유롭게 원격의료에 참여 연구하고 새로운 ICT 기술을 적극 의료의 영역으로 받아들여 발전시키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홀로그램을 통해 대화를 하며 웨어러블, 삽입형 의료기기들이 상용화되고 드론이 응급장비를 나르는 최첨단 ICT 시대에 우리나라만 '환자는 직접 만나야 한다'는 20세기형 면대면 진료만 고집하는 국가로 남지 않았으면 한다. 서양의학을 받아들이기만 했던 우리나라 의료가 ICT 기술을 통해 세계 의료계를 선도하기를 기대한다. 우리에게는 능력이 있으며 우리에게 그런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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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최재욱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편리·경제성 앞세워 건강권 위협하는 꼴
●원격의료 2차 결과, 안전 빠진 만족도 과장광고
●정상적 진료 불가능… 오진 위험성 높아
●환자안전·임상 유효성 관한 검증이 먼저
정부는 지난달 27일 원격의료 2차 시범사업 결과를 발표했다. 83~88%의 환자만족도를 자랑하며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미래창조과학부, 국방부, 그리고 산업통상자원부 등 6개 부처와 함께 직접 브리핑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표한 이번 시범사업 결과 역시 '환자안전'은 보이지 않고 정책시행 목적만을 달성하기 위해 근거 없는 억지 춘향이 격의 '만족도 집계'로 치장된 전형적인 과장광고의 요란한 깃발만 나부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 과연 정부의 계획대로 원격의료를 그대로 밀어붙여도 문제는 없는 것인가. 일부 원격의료 찬성론자들은 보안 문제 때문에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것은 보이스피싱이 무서워 인터넷뱅킹을 하지 말자는 주장과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어떻게 돈과 건강을 연계할 수 있단 말인가.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도 끊이질 않고 발생하는 금융 사고는 매번 뉴스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하물며 완벽은커녕 아직도 환자 안전성 검증조차 시행하지 않은 원격의료시스템이 가동이라도 된다면 금융사고가 아닌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을 텐데 그때는 어찌해야 되는지 상상하기조차도 끔찍하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될 수 있는 의료 분야는 여타 산업과는 차원이 다르다. 보이스피싱으로 돈을 잃는다면 다시 만회할 기회가 있지만 건강은 한번 잘못되면 다시 정상으로 회복되기가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원격의료는 말 그대로 의사를 직접 보지 않고 기기를 통해 증상을 호소하고 진료를 받고 이에 따른 처방을 받는 새로운 형태의 진료방식이다. 시간에 쫓기는 일반인들 입장에서 언뜻 봐서는 매우 편리하고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의료의 특수한 개념에서 좀 더 신중히 생각한다면 원격의료 그 자체에 돌이킬 수 없는 큰 함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의사와 환자 간 세밀한 의사소통이 어려운 기술적 차단막으로 인해 정상적 진료, 양질의 진료, 제대로 된 진료를 방해하고 교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진단의 정확성은 떨어지고 오진의 위험성은 피할 수 없다. 편리성과 경제성은 추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진료의 질적 수준은 희생양으로 삼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상인에 비해 몸이 불편한 환자들과 연로하신 만성질환자의 경우 대부분 정상적인 의사소통에서조차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의사와 직접 대면해 의사로 하여금 눈으로 꼼꼼히 살펴보는 등 다양한 진찰방법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내려져야만 한다.
국민들의 보편적 대면진료 접근성을 확보해야 하는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원격의료로 대치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인 건강권을 무시하는 것이며 특히 농촌과 도서 산간 지역의 국민과 의료제공자를 무시하고 원격의료 관련 산업계의 요구만을 대변한다는 오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의료 신기술과 국가 보건의료정책은 경제적 관점이나 정치 논리가 지배해서는 안 된다. 의료 신기술과 의료기기는 근본적으로 환자안전과 임상적 유효성을 100% 검증 확인하고 나서야 그다음 단계인 경제성을 검토할 수 있다. 의료 신기술이나 의료기기는 게임기나 컴퓨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과거 잿더미 상태에서 생존을 위해 성장 위주로 대한민국이 내달려 왔지만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 발전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환자안전과 국민건강보호를 최우선의 핵심 가치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근거중심 의학, 현대의학이 안전성과 유효성을 기반으로 삼고 있는 이유 역시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가정책 특히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영향을 주는 보건의료정책이나 의료 신기술은 시행이 우선이 아니라 철저한 검증이 담보돼야 한다. 미국·호주·일본 등 여타 선진국들조차 원격의료의 환자 안전성과 임상 유효성의 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엄격한 사용제한과 환자안전 관리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으며 환자와 의료제공자의 사전동의 없이 시행하지 않고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검증 안 된 원격의료가 '대박의료'가 아니라 '쪽박의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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