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자(孫子)는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고 했다. 그것은 사실 손자니까 가능한 일일 뿐 범인에게 필요한 것은 백전백승의 용병술이다. 아이들 싸움에서 상대의 코피를 터뜨리면 이기는 것처럼 전투에서는 적장의 목을 취하면 승리한다. 인류가 싸움을 시작한 후 백전백승의 용병술은 적장의 참수(斬首)였다.
참수의 달인은 아마 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일 것이다. 동탁과 반(反)동탁 연합군 사이에 벌어진 전투에서 동탁 휘하의 9척 장신 화웅이 연합군 장수들을 연이어 격파해 기세가 등등하다. 이때 연합군 쪽에서 관우가 나서니 조조가 기개를 칭찬하며 따뜻한 술을 한 잔 따라준다. 관우는 "술이 식기 전 적장의 목을 베어 오겠소" 하고 말에 올라 적진으로 돌진하더니 순식간에 화웅의 목을 취해 돌아온다.
관우만큼은 못하지만 그래도 지금 세계에서 가장 빨리 적장을 잡을 수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2011년 5월1일 오전1시30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작전 개시 명령이 내려지자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 실(Navy SEAL) 요원 20여명이 오사마 빈라덴이 숨어 있는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한 저택에 헬기로 투입됐다. 그로부터 약 40분 뒤 작전은 끝나고 빈라덴은 사살됐다.
적 지휘부를 제거하는 참수작전을 수행하려면 이른바 정보·감시·목표획득·정찰(ISTAR) 능력이 필수적이다. 미군의 경우 적 수뇌부가 어디 있는지 정보를 얻고 감시해 목표를 획득한 뒤 정찰이 가능한 수준이 되면 참수작전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분대에 불과하다고 한다. 미군은 2025년까지 이 시간을 수십 초 내로 줄이려고 한다.
미군 제1공수특전단과 제75레인저 연대 병력이 최근 한미 연합훈련을 하기 위해 한국에 도착했다. 이들 부대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의 전투에 투입돼 적 핵심 요인을 암살하는 참수작전 등을 수행해왔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협박까지 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이 이례적으로 특수부대의 훈련 참가 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속내가 자못 궁금하다. 혹시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의도를 알고 있으려나. /한기석 논설위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