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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모로 잡힌 선거구 획정

여야, 선거구 큰틀 합의 불구

쟁점법 주도권 다툼으로 지연

여야가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사실상 합의에 다다랐으면서도 정치적 이유로 시간만 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총선 비상사태인데 다른 쟁점법안의 볼모로 잡혀 처리가 마냥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4일 양당 원내대표와 함께 회동해 선거구 획정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지만 최종 타결은 이루지 못했다. 여야는 선거구 획정을 위한 인구 수 산출 시기 조정 문제와 일부 지역의 의석 감소 등의 부분에서 이견을 보였다고 밝혔다. 여야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오는 12일까지는 합의를 보겠다는 방침이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

전망이 어두운 것은 남은 쟁점이 복잡해서가 아니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선거구 획정 협상의 큰 줄기는 모두 잠정적으로 합의된 상태다. 핵심쟁점이던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수는 '253석·47석'으로 이미 결론이 났다. 앞선 협상에서 거듭 발목을 잡았던 야당의 '최소의석제' 주장도 야당에서 이미 거둬들인 상태다. 야당은 광역시·도별 의석 수를 정하자는 주장 외에는 사실상 여당의 주장을 모두 수용한 상태다.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기본안대로 된 것"이라며 "원래대로라면 타결이 될 단계"라고 주장했다.



여당이 선거구 획정 합의를 미루고 있는 것은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이른바 '민생법안' 처리가 함께돼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여당 내부에서는 선거구 획정을 먼저 합의하면 여당의 쟁점법안을 더 협상해나갈 '카드'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반면 야당은 향후 쟁점법안 협상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선거구 획정 문제를 우선 처리하고 싶어한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선(先) 민생, 후(後) 선거'라는 기조를 갖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당장 60여일밖에 남지 않은 '깜깜이 선거'를 지켜보는 유권자와 선거구 없이 출마에 나선 예비후보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지역의 한 예비후보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국회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생긴 피해를 온전히 예비후보들만 입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구 획정이 지연돼 예비후보자들의 활동에 차질이 빚어질수록 현역 의원에게 유리하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야당에서도 사실 선거구 획정 문제를 서둘러 처리하고 싶어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주장했다. /진동영기자 j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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