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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에 사는 주부 김미숙(43·가명)씨는 명절만 지내고 나면 어김없이 1주일가량 온몸이 쑤시거나 머리가 무겁고 소화가 잘 안 되는 증상이 생겨난다. 평소 같으면 별일도 아닌 일에 '욱'하는 감정까지 생긴다. 김씨는 "시댁에서 하루종일 음식 장만과 설거지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피곤함과 함께 열이 치밀어 오르고 목이나 명치에 뭔가 덩어리 같은 게 걸린 듯한 느낌이 든다"고 호소했다. 누적된 명절 스트레스로 인한 일종의 화병인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것이다.
김씨처럼 설날 등 긴 명절 연휴 직후인 3월과 9~10월에 화병을 이유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2010~2014년) 불안장애 등 화병으로 진료 받은 환자 수는 약 1백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0년 17만9,238명이던 화병 환자 수는 2014년 20만6,697명으로 5년새 15.3% 증가했다.
성별로는 여성 환자가 누적 기준으로 약 65만명으로 34만여명인 남성 환자 수보다 2배 많았다. 연령까지 고려할 경우 50대 여성 환자 수는 14만명으로 전체 화병 환자 7명 중 1명은 50대 여성으로 나타났다. 50대 여성의 화병 발생 위험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통계가 보여주는 것이다.
월별 화병 환자를 보면 설 명절 직후인 3월이 18만4,007명으로 가장 많았고 추석 명절 기간인 9월(18만3,744명)과 10월(18만3,436명)에도 화병 환자들이 병원을 많이 찾았다. 설 등 연휴가 오히려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화병스트레스클리닉 교수는 "명절에 과도한 가사 노동으로 피로가 쌓이는데다 평범한 말로 상처를 주거나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쌓여도 명절 분위기 때문에 속으로 삭이다 보면 화병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때나 직후에 욱하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면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에 휩쓸려 범법자 신세로 전락하는 사례도 잦은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송대웅기자 sd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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