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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성향의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물갈이의 칼을 뽑자 비박계 수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곧바로 반박하며 견제에 들어갔다.
이 위원장은 5일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자격 없는 사람들을 상향식 공천하면 지방토호들이나 심지어 조폭도 (의원이) 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9대 국회보다 훨씬 나은 후보자들을 공천하겠다"면서 현역 물갈이 방침을 분명히 세웠다.
반면 김 대표는 이날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미 확정돼 국민 앞에 공표된 공천 룰대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만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것을 여러분 앞에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4·13 총선 예비후보자 워크숍에서 이같이 밝히며 "새누리당은 정당 민주주의를 확립했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공천 룰은 누구도 손댈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언급한 룰은 지난달 11일 확정된 공천 룰과 당헌·당규다. 공천 룰에 따르면 본회의와 상임위원회의 불참 등으로 당에 심대한 피해를 끼쳐야만 공천 부적격자로 분류된다. 당헌 99조 1항은 '상향식 공천'을 못 박았다. 자의적 기준 적용으로 비박계가 경선 자체에서 배제되는 등 학살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당헌 99조 3항과 새누리당의 공직후보자 추천 규정 9조를 앞세우며 다른 논리를 펼쳤다. 당헌 99조 3항은 "공천관리위원회가 적격 여부를 심사해 후보를 압축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당규 9조는 유권자의 신망이 부족한 자를 부적격 기준으로 꼽아 해석의 폭이 넓다. 이 위원장은 "철저하게 당헌·당규대로 할 것"이라며 "부적격한 사람을 경선에 참여시키지 않는 것은 상향식 공천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향후 공천관리위에서는 부적격자의 상세한 기준을 놓고 치열한 격돌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객관적 기준 마련이 어렵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이 위원장은 "객관적 기준을 세우지 못하면 안 해야 하느냐. 매사에 객관적인 기준이 있느냐"고 반문한 뒤 "확실하게 성과가 없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보면 안다"는 답변을 내놓아 이 같은 해석에 불을 지폈다. /전경석기자 kada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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