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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에 로보어드바이저 열풍이 거세다. 증권사와 은행이 앞다퉈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을 선언하고 있다. 불과 반년 전만 해도 로봇이 개인의 재산관리를 자문해주는 자동화된 자산관리(WM) 서비스는 국내에서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프라이빗뱅커(PB)를 대신해 프로그램(로봇)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24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이를 조정·관리하는 자동화 시스템으로 미국에서는 값싼 수수료 덕분에 도입 3년 만에 자리를 잡았다.
금융당국은 연초 온라인상에서 투자계약을 할 수 있도록 대면계약 체결 의무를 완화하기로 하는 등 '온라인 기반 자문업 활성화 방안'까지 내놓았다. 금융회사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저마다 '최초'의 로보어드바이저를 주장하며 고객몰이를 하고 있지만 한국 시장에 이를 누구보다 먼저 선보이려 했던 핀테크 기업들은 '가짜' 또는 '유사제품'에 주의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상품 선별과 종목을 골라 매매 타이밍을 잡아주는 수준의 기존 프로그램 매매법을 로보어드바이저로 둔갑시켜놨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산배분 효과를 높이기 위해 미국 유명 로보어드바이저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통해 편입한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는 3,000개에 이른다. 반면 현재 국내 증권사 로보어드바이저에 편입된 ETF는 고작 서너 개에 불과하다. 핀테크 기업의 알고리즘을 그대로 '베껴서' 신탁상품으로 내놓고 로보어드바이저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관련 핀테크 기업들은 2년 이상 준비했는데도 여전히 시스템이 미진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상황에서 태스크포스(TF)를 만든 지 2개월 만에 상품을 내놓았다면 신뢰를 할 수 있을까. 대형 금융회사들이 경쟁욕심에 무늬만 로보어드바이저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금융당국은 적합한 기준을 마련해 함부로 로보어드바어저라는 명칭을 쓸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대형 금융회사의 욕심에 새로운 산업군이 빛도 못 본 채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고 관련 핀테크 기업들이 제대로 사업도 못해본 채 사라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부=송종호기자 joist1894@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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