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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글로벌 시장을 뜨겁게 달군 인수합병(M&A) 열기가 올해 들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경기악화의 파고를 넘기 위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해외 M&A 규모는 올 들어 지난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의 컴퓨터보안 업체 치후360과 온라인게임 업체 베이징쿤룬테크가 주도한 컨소시엄은 이날 노르웨이 웹브라우저인 오페라소프트웨어를 현금 12억달러(약 1조4,4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인수가는 주당 71크로네로 5일 오페라의 종가에 프리미엄 46%가 붙은 것이다.
인터넷분석 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오페라는 구글 크롬이 점유율 36.8%로 선두를 달리는 글로벌 모바일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10.8%의 점유율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태블릿과 데스크톱·게임콘솔 등 다른 플랫폼을 종합한 점유율은 약 5.7%로 세계 6위다. 치후360 측은 "오페라 인수는 해외시장 진출확대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톰슨로이터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2월 초 현재까지 기업들의 해외 M&A 규모는 전년동기 대비 31% 증가한 1,327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중국 기업은 대규모 M&A 6건 중 4건을 차지하며 여전히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해외 기업을 매수한 경우는 전체의 47%에 달한다. WSJ는 국내 경기둔화와 위안화 가치 하락에 직면한 중국 기업들이 새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 M&A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중국 국영기업인 화공그룹(CNCC)이 430억달러(약 52조3,700억원)에 세계 최대 농약 업체인 스위스 신젠타를 사들여 중국의 역대 해외 기업 인수 중 최고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이날 미국 제약 업체 밀란도 스웨덴 제약사 메다를 72억달러(약 8조6,220억원)에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밀란은 이번 인수로 특수복제약 및 일반의약품(OTC) 부문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메다를 통해 중국 및 러시아·중동 등 새로운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밀란은 2014년 메다를 매입하려 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일본 최대 맥주회사인 아사히그룹도 유럽의 주요 맥주 브랜드인 페로니(이탈리아)와 그롤쉬(네덜란드)를 3,300억엔(약 3조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신문은 기린·산토리 등 일본 내 경쟁사보다 해외 진출이 늦은 아사히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유럽 및 해외시장에 본격 진출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아사히는 지금까지 아시아와 호주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해왔으며 해외매출 비중은 10% 미만이다. /김현진기자 star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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