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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중에 만났다 헤어진 옛 연인이 71년 만에 재회에 성공해 화제가 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0일(현지시간) 호주에서 재회한 미국 남성 노우드 토머스(93·사진 오른쪽)와 영국 여성 조이스 모리스(88·왼쪽)의 사연을 전했다.
모리스가 옛 남자친구에게 포옹과 입맞춤을 하며 "여전히 꼿꼿하다"고 인사를 건네자 토머스는 "꽉 안아달라"고 답해 아직도 뜨거운 애정을 과시했다.
2차 대전에 참전한 토머스는 지난 1944년 런던 템스강에서 우연히 영국 아가씨 모리스를 만나 연인이 됐지만 전쟁은 이들을 갈라놓았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투입됐던 토머스는 종전 직후 갑작스럽게 복귀 명령을 받아 모리스에게 제대로 작별인사도 하지 못한 채 미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는 미국에서 편지로 "나의 집을 가정으로 꾸립시다"라고 청혼했지만 모리스는 그가 이미 결혼했다가 자신을 위해 이혼하겠다는 것으로 오해해 거절했다.
이후 둘은 각자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아 키웠다. 모리스는 남편과 함께 호주 애들레이드로 이주했다가 30년 만에 이혼했고 토머스는 10여년 전 사별했다.
지난해 모리스는 아들에게 인터넷으로 사람을 찾을 수 있는지 물었고 아들은 토머스가 88세 생일에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해 지역 언론에 등장한 것을 찾아냈다.
모리스의 아들은 토머스의 아들과 연락하는 데 성공했고 마침내 옛 연인은 아들들의 도움을 받아 화상 채팅으로 만날 수 있었다.
또 이 사연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서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이 벌어져 토머스가 호주로 여행할 만큼의 돈이 모였다. 재회 전 "조금 떨린다"고 했던 토머스는 이번 재회에 대해 "내 인생에 일어날 수 있었던 가장 멋진 일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화상 채팅에서 그는 모리스에게 "그거 아나요. 당신이 그때 미국에 왔더라면 우리는 70년을 함께 살 수 있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토머스는 미국에서 출국하기 전 버지니안파일럿과의 인터뷰에서도 당시 열여덟 살이었던 연인을 "작고 예뻤다"고 떠올리면서 "집에 앉아 '만약 그랬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궁금해하며 살아 있는 것보다 호주에 가다가 죽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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