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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동네 의원들의 1회용 주사기 재사용 관행을 감안할 때 제2, 제3의 다나의원 사례가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특히 주사기를 재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충북 제천의 양의원과 C형간염 환자가 101명이나 발병한 강원 원주의 한양정형외과의원을 다녀간 환자 수만 그동안 수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돼 추가 감염자가 무더기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보건당국은 최초 C형간염 집단발병 의심신고가 있은 지 9개월이나 지나서야 조사 결과와 대응책을 내놓아 뒷북대응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12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자가혈주사시술(PRP)을 받은 환자 수는 897명이다. PRP는 관절통 등을 치료하기 위해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원심분리 후 추출한 혈소판을 환자에게 재주사하는 의료행위다. 이 기간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 이 시술을 받은 환자 가운데 무려 101명이 C형간염에 감염됐다. 보건당국은 PRP를 할 때 쓰는 주사기의 재사용으로 환자들이 C형간염에 감염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문제는 2004년 개원해 2015년 5월 조사가 이뤄지자 자진폐업한 이 의원에서 주사 및 봉합 등의 감염 위험 시술을 받은 환자 수가 수만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보건당국은 우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1만4,000명의 환자 명단을 확보해 C형간염 감염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2004~2005년의 의료기록은 10년도 더 지난 것이어서 파악조차 쉽지 않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상황은 양의원도 마찬가지다. 2015년 한 해 동안 재사용된 주사기로 근육주사를 맞은 환자 수가 총 3,996명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1984년 개원한 이 의원이 2014년까지 근육주사를 놓은 환자 수는 수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1차적으로 3,996명에 대한 혈액 매개 감염병 검사를 실시한 후 필요할 경우 추가 조사 대상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각한 사실은 이번 사태가 이들 두 의원에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당국이 오는 3~5월 주사기 재사용 의심 의료기관에 대한 일제 현장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우려에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원들이 100원 남짓 하는 주사기값을 아끼려 주사기를 재사용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과거 유리 주사기 등을 소독해 쓰던 시절에 의료행위를 했던 의사들이 무의식중에 혹은 귀찮아서 그냥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보건당국의 뒷북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양정형외과의원에 내원했다가 C형간염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14명의 환자가 지난해 4월 원주시보건소에 관련 사실을 신고했지만 당시 보건당국은 "환자별 유전자형이 달라 역학적 인과관계를 추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같은 해 11월 다나의원 사태가 알려지고 원주서도 주사기 재사용이 의심된다는 추가 신고가 있자 그제야 심층 역학조사에 착수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도 무려 4개월이나 걸렸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이 3~4명에 불과하다"며 "당시 역학조사과는 감사원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사를 받고 있어 관련 자료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어 대응이 늦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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