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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금리의 역습] 독약된 금리인하… 은행 수익악화→경기둔화→디플레 재발 우려

■ 부작용 속출하는 日·유럽시장

구로다 "시장 과민 반응… 경기 완만한 회복" 불구

불안감 커져… 뭉칫돈 안전자산 엔화·국채로 몰려

"부양 카드 바닥났다" 신호로 비쳐 혼란만 가중



일본과 유럽 중앙은행들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한 '극약처방'으로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애초에 의도했던 경기부양 효과를 내기는커녕 은행 수익을 악화시키고 경기악화 우려를 부추기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 발표 당시부터 시장의 불안과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일본은행(BOJ)의 기습적인 금리 인하가 주가 폭락과 엔화 가치 폭등이라는 역효과를 낳으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자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답'의 통화정책으로 주목받았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실패한 것으로 판명됐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12일 일본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 참석한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에게는 최근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지난달 29일 BOJ가 일부 시중은행에 대한 당좌예금 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추겠다고 발표한 후 이날까지 엔화 가치는 달러당 121엔대에서 110엔대까지 치솟은 반면 닛케이지수는 1만7,000대에서 1만4,000대로 주저앉은 상태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대한 고조되는 불신감과 관련, 구로다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가 (시장 상황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지 않는다"며 현재의 시장 불안은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않는 과도한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정책과 시장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4개월 만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동을 한 뒤에도 그는 "환율을 비롯해 국제금융시장 움직임을 주시하겠다"면서도 "완만한 경기회복이 이어질 것이라는 일본 경제의 메인 시나리오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아직은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구로다 총재의 '소신'과 달리 금융시장에서는 마이너스 금리의 '마이너스 효과'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점차 증폭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자금 수요자 입장에서 가뜩이나 열악했던 환경을 더욱 악화시켜 경기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은행 수익성을 일시적으로 악화시키더라도 전반적인 경제부양 효과에 힘입어 결국 은행 수익도 호전시킬 것으로 기대했던 중앙은행들의 가상 시나리오가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앞서 지난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한 유럽의 경우 수익이 악화된 은행들의 대출 여력이 오히려 떨어지면서 경기를 끌어내리고 그로 인한 임금과 물가 부진이 디플레이션 재발을 초래하는 악순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뒤늦게 유럽을 쫓아간 일본에서는 마이너스 금리가 실행에 옮겨지기도 전에 금융시장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상태다. 금융시장 왜곡과 혼란에 대한 불안 속에 주가는 떨어지고 안전자산인 엔화와 국채로 자금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의 경우 애초에 민간 자금수요가 거의 없던 상황이었던 만큼 금리 하락에도 소비는 늘지 않고 '장롱 예금'만 부추겨 경제를 다시 디플레이션 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시장에 경기가 그만큼 나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동시에 더 이상 경기부양을 위해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남아 있지 않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게 해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모건스탠리의 한스 레데커 글로벌 외환전략 부장은 앞서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중앙은행들이 배워야 할 한 가지 교훈은 마이너스 금리가 바람직하지 않으며 작동하지도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핌코의 스콧 매더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중앙은행들의 믿음과 달리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을 부르는 주요 촉매제가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부작용 논란에도 불구하고 마이너스 금리는 글로벌 중앙은행들 사이에서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앙은행들이 더 이상 내놓을 수 있는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마이너스 기준금리가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1일 스웨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50%로 0.15%포인트 더 낮췄으며 BOJ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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