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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아베노믹스' 효과를 되살리기 위해 내놓은 회심의 통화정책이 강력한 역풍이 돼 일본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엔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구로다 총재의 당초 노림수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일본 시장이 사실상 패닉에 빠진 것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도 증폭되고 있다.
12일 일본 도쿄증시에서 닛케이평균지수는 장중 5% 넘는 낙폭을 보인 끝에 전 거래일 종가 대비 760.78포인트(4.84%) 급락한 1만4,952.61로 마감해 1년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앞서 11일(현지시간) 뉴욕시장에서 국제유가가 또다시 급락하는 등 경기불안 요인이 가중되면서 아시아증시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일본증시의 낙폭은 유독 컸다. 글로벌 시장 불안으로 안전자산인 엔화 강세에 가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앞서 11일 런던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110.99엔을 기록해 BOJ가 기습적으로 2차 양적완화를 단행했던 지난 2014년 10월 이후 최저치(엔화가치 강세)를 나타냈다. 마이너스 금리정책 도입 이후 집중된 증시폭락과 엔화가치 급등으로 BOJ의 대대적인 2차 추가 양적완화에 따른 증시부양과 엔저 효과가 모두 사라진 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주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엇박자를 보인데다 마이너스 금리의 부작용까지 겹치면서 금융정책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유럽과 일본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오히려 금융시장에 패닉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홍콩H지수 역시 장중 7년 만에 7,500선이 붕괴됐다가 막판 소폭 반등해 전날 대비 1.99% 하락한 7,505.37에 마감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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