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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일러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말라'던 시인 안도현과는 아무 상관 없다. 이 책의 저자는 '중학교 1학년 때 시인 안도현을 한 번 만나본 적 있다'(저자 소개의 첫 문장이 이 내용이다)는 또 다른 안도현, 내신 꼴등으로 대학에 수없이 낙방하며 한때 자살까지 생각했다는 사람이다.
1996년 1월, 대입에 무려 네 번이나 떨어진 22살의 저자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단다. '나 같은 놈은 죽어버려야 해.' 대학도 계속 떨어지고 키도 작고 머리도 나쁘고 경제적 여유도 없고… 죽기 위해 택한 곳은 강원도였다. "강원도의 이름 모를 산꼭대기라면 아무도 내 시신을 찾을 수 없겠지."
하루는 너무 추웠고, 다음날은 수백 미터 낭떠러지에서 정말 죽을 뻔했다. 죽으러 간 그곳에서 살고 싶은 욕망을 깨달은 저자는 자살여행을 강원도 무전횡단으로 바꿔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래서 바로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졌느냐고? 그러면 좋으련만, 모든 드라마의 주인공에겐 더 큰 시련과 고난이 필요한 법이다. 군 제대 후 저자 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사업은 IMF 이후 더욱 나빠져 가세는 기울었고, 동생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크게 다치며 집안에 웃음은 사라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입에서 또 떨어졌다. '이 현실에서 벗어나야 한다.' 저자는 결국 새로운 기회를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가고, 미국 횡단을 시작으로 인도, 동남아(13개국), 유럽 등을 돌며 세상을 배웠다. 돈 한 푼 없이 떠난 미국 유학 시절, 힘겹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고 귀국 전 단돈 500달러로 50일 동안 미국 48개 주를 횡단했다. 단순한 여행이 아닌, 현지의 사정을 오롯이 이해하며 성공과 실패를 넘나든 그의 여정은 경기도청, 코트라, 김앤장, 교보생명, 삼성, 외국계 기업 등 1996년의 1월에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자리로 그를 안내했다. 언젠가 100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저자는 책을 통해, 자신이 맨몸으로 부딪쳐 체득한 이야기로 독자의 도전정신을 자극한다. 1만 5,000원. /송주희기자 ss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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