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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다시 만난 '시대의 스승'… 7년이 지나도 그립습니다

■ 아, 김수환 추기경 (이충렬 지음·조광 감수, 김영사 펴냄)

천주교 서울대교구 공인 첫 전기

사제 서품식 등 미공개 사진부터 개인 일기·메모·강론 등 한데 모아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도 고스란히

134255-고백록 펴낸 김수환 추기경
어린시절 김수환 추기경
어린 시절 김수환 추기경(가운데)의 모습.
가족사진
사제 서품식이 끝나고 찍은 가족 사진.
교황 바오르 2세를 만난 김수환 추기경
1983년 교황청 방문 때 교황 바오르 2세를 알현하는 김수환 추기경. /사진제공=김영사
아,김수환 2
아, 김수환 추기경 1

한국갤럽(2009년)의 여론조사에서 가톨릭 신자 97.4%, 개신교도 86.4%, 불교도 90.8%, 그밖에 다른 종교 신자 및 무신론자 83.9%가 이 사람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사람 대부분이 존경한다고 말했던 故 김수환 추기경. 오는 16일은 김 추기경이 우리 곁을 떠난 지 7년이 되는 날이다. 선종 7주년을 맞이해 정의가 위협받을 때는 정의의 불을 밝혔던 파수꾼으로, 갈등과 이기가 극단으로 치달을 땐 시대의 스승으로 이 사회와 약자들을 위해 버팀목 역할을 했던 김 추기경의 삶을 다룬 '아, 김수환 추기경'이 출간됐다.

그간 김 추기경의 평전과 어록이 출간된 적은 있으나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인가를 받은 김 추기경의 공인 전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자는 김 추기경의 삶과 정신을 우리 앞에 온전히 불러오기 위해 김 추기경의 개인 일기, 미사 강론과 강연, 인터뷰, 개인 메모에서부터 거의 모든 대화와 생각을 읽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가장 많은 협조 공문을 발송하고 김 추기경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또 김 추기경과 함께했던 선후배 신부들과 그와 남다른 인연을 가졌던 이들까지 일일이 찾아가 사실을 확인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김수환 추기경이 사제 서품식 때 부복한 사진, 김 추기경이 일본이 패망한 후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일본군 전범재판의 증인으로 갔던 괌에서 찍은 사진 등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사진 100장을 구해 책에 실을 수 있었다.

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교회사 연구의 권위자이자 한국사학계의 원로 학자인 조광 고려대학교 교수가 감수를 맡았다. 이렇게 나온 책에는 가난한 옹기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추기경의 자리에 오른 삶의 궤적들이 촘촘히 담겨 있다. 특히 김 추기경이 생전에 보여준 삶과 정신 그리고 그가 추구했던 가치관에서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과 방법 하나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썼다고 작가가 밝힌 것처럼 책에는 힘든 시기 김 추기경의 발언과 행동들이 고스란히 담긴 에피소드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서슬퍼런 유신 시절엔 "이른바 10월 유신 체제로 정부는 인권과 정상적 민주헌정 질서를 희생시켜가면서까지 일방적으로 국민들의 추종만을 강요해왔고, 또한 국민을 정치와 경제의 수단으로 격하시켜왔다"며 정부를 향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김 추기경은 쓴소리에 그치지 않고 유신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용기 있게 내놓았다.

산업화의 명분으로 노동자의 인권이 무시되는 일이 빈번한 사회가 되자 "인간 존엄성과 공동선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도 가만히 있는다면, 그것은 교회의 의무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교회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를 낮은 곳에서 지켜본 김 추기경의 삶을 읽다 보면 전통과 근대의 대결, 민족자결의 원칙과 식민주의의 갈등, 빈부의 갈등, 민주주의와 전체주의의 대립 등 한국 사회가 겪은 격동사를 마주보게 된다.

조광 교수는 "작가는 20세기 역사의 격량을 헤치고 나아간 한국 사회와 한국 천주교회를 서술해주었다"며 "격동하는 시대를 살았던 추기경 김수환의 생애는 개인사에 그치지 않고 깊은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1·2권 각 1만6,500원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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