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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위 '기관투자가 역할론' 시장왜곡 부를 수도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자본시장에서의 기관투자가 역할론을 꺼내 들었다. 임 위원장은 15일 금융시장점검회의에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관투자가들이 시장 안정에 필요한 역할과 책임을 다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대해서는 "증권사들이 단기적인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변동성을 높이거나 투자자 신뢰를 저해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업계 자율적인 규율을 강화해주기 바란다"고도 했다. 말이 자율 규율과 책임 강화지 사실상 투신·연기금의 매도에 대한 경고 메시지다.

금융당국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각종 대외악재들이 쏟아지면서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고 국내 증시도 출렁이고 있다. 주가 폭락으로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파생상품 투자자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기세다. 금융당국으로서는 커지는 시장불안 심리부터 잠재울 필요가 있었을 터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손해 볼 게 뻔한 판에 기관투자가들에 매도 자제를 요구하는 건 지나친 처사다.

투신이나 연기금 자금이 어디 그들의 것이던가. 모두 대신 투자하거나 노후를 책임져달라며 국민들이 주머니를 턴 것이다. 기관투자가들은 단지 이 돈을 맡아 운용할 뿐이다. 이들의 손실은 곧 국민의 피해로 매도 자제는 투자자에 대한 책임 방기와 다름없다. "투자자의 신뢰를 저해하는 행동"이라는 말이 잘못 적용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올 들어 외국인이 3조원 넘게 빼갔어도 4조원 이상 풀며 시장을 떠받친 게 기관투자가들이다. 덕분에 다른 나라 증시가 폭락할 때도 우리 증시는 비교적 선방할 수 있었다. 제 역할을 다하라고 다그칠 대상은 이들이 아니라 경제를 살릴 생각은 하지 않고 오로지 표와 정쟁에만 매달리는 정치권 아닌가. 시장안정은 연기금이나 투신의 자금운용에 금융당국이 개입한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시장안정이 시장왜곡이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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