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통해 살아난 회사가 4년새 3배나 껑충 뛴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법원은 법정관리 기업에 대해 채무를 다 변제해도 습관적으로 설정기간인 10년을 채우도록 했지만,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하고 나서는 채무 변제 등 회생계획만 다 이행하면 조기에 졸업을 시켜준 영향이 크게 작용한 때문이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법정관리를 졸업(회생 종결)한 기업은 66개였지만, 꾸준히 증가해 2012년 86개, 2013년 132개, 2014년 172개까지 늘어났다. 4년새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법정관리 신청 건수가 비슷하다는 점(1.2배 증가)을 감안 하면 회생 성공률 자체가 높아진 것이다. 전국 법정관리 사건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회생 종결 기업이 2011년 23건에서 지난해 108건으로 5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회생 성공률을 나타내는 또 다른 지표인 ‘회생 인가 대비 종결 비율’도 2011년 27.3%에 그치던 것이 2012년 29.6%, 2013년 50.8%, 2014년 65.4%까지 치솟았다.
법정관리 기업이 조기에 졸업하게 된 것은 법원이 도입한 ‘패스트트랙 제도’의 영향이 크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이 채무를 갚는 기간은 보통 10년으로 설정되는데 과거엔 조기에 빚을 갚아도 10년을 채워야 졸업하는 게 관행이었다. 이러다 보니 재무구조 개선에 성공했음에도 회생 절차에 묶여 사업 수주, 입찰 참가 등이 안돼 재기에 실패하는 부작용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법원은 회생계획을 이행한 기업은 변제 기간 전에라도 조기 졸업시키고 회생 절차 진행기간을 대폭 줄이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2011년부터 시행했다. 패스트트랙 도입 이후 쌍용건설 1년 2개월, 대한조선 1년 3개월, 동양 2년 4개월 등 1~2년 안에 법정관리를 졸업하는 회사가 늘었다. 이밖에 법원이 파산 담당 판사를 꾸준히 늘리고 각종 교육 등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한 점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기업회생 성공 사례가 늘다 보니 경영난에 직면한 기업들의 관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재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부실 초기에도 법정관리 신청을 하는 기업이 예전보다 늘어 회생 절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희석되고 있다”며 “부실초기에 회생 절차를 밟는 게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도산제도의 권위자인 임치용 김앤장 변호사는 “법원의 법정관리 제도 개선은 해외서도 우수 사례로 꼽힌다”며 “아직 서울과 지방 법원간 회생률에 있어 차이를 보이고 있고, 법정관리 중에 신규자금 지원이 원활하지 않은 점 등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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