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17일 오전 당 최고중진연석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마자 책상을 내리치며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상향식 공천은 김무성 개인의 뜻이 아니고 의총과 최고위원회의와 전국위원회 등에서 결정된 사안”이라며 “이렇게 하면 공관위를 해산할 수도 있다. 선거를 하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 위원장의 안은)받아들일 수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이처럼 김 대표가 공관위의 의사 결정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 위원장도 곧바로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내며 맞불을 놓았다.
이 위원장은 오후 친박·비박 공관위원들과 회동을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제발 당 대표는 경선에 관여하지 말라고 해라. 당 대표는 공천 관련해 아무 권한이 없다”며 “자꾸 저렇게 하면 당헌·당규 따라서 대표가 물러나든지, 내가 물러나든지 그래야 되지 않겠나”고 맹공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또 김학용 비서실장을 통해 기자들에게 돌린 문자 메시지에서 “할 수 있는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별하길 바란다. 도를 넘어선 말을 듣고 있기가 민망하다”며 “국민과 맺은 약속인 국민공천제를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내겠다”고 응수했다.
김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가 이처럼 일전불사 태세를 보이는 것은 이 위원장이 전날 밝힌 방침이 그대로 적용되면 사실상의 전략공천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을 막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친박계는 강남·TK에 정치적 소수자를 보내더라도 자신들이 원하는 ‘현역 물갈이’를 어느 정도 이룰 수 있다. 친박계 공관위원인 김회선 의원은 이날 오후 “우선추천제를 통해 호남 등의 취약지역에는 일반 후보를 꽂을 수 있지만 강남·TK와 같은 강세 지역에는 정치적 소수자만 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추가 논의를 통해 당원 배제 경선 여부와 현역 부적격 심사 기준까지 마련되면 물갈이 폭은 훨씬 커지게 된다.
이는 그 동안 김무성 대표가 갖가지 분란을 수습하며 힘겹게 지켜 온 ‘국민 공천’에 대한 원칙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은 비박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결국 ‘칼자루’를 쥔 쪽은 이 위원장이라고 보고 있다. 향후 논의 과정에서 어떤 갈등이 표출되든 공천 방식과 관련해 공관위에서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의결이 되면 당헌·당규에 따라 당 최고위가 이를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관위에는 이 위원장 외에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 김회선 의원 등이 친박계 인사로 포진해 있으며 6명의 외부위원 역시 친박이 주를 이룬다.
/나윤석·전경석기자 nagij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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