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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의료·건강서비스 청사진 내놓으라

의료계·시민단체 반대한다고 규제완화 차원 찔끔찔끔 추진

큰 그림 제시 국민동의 구해야


정부가 17일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의료행위에 속하지 않는 건강관리서비스의 영역을 분명히 하겠다고 선언했다. 한편으로는 반갑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찜찜한 구석이 있다. 근로자 일반해고지침과 마찬가지로 의료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하지 못한 채 구속력이 약한 '가이드라인' 형태로 추진하겠다는 것이어서 영 미덥지 않다.

이 같은 '편법'은 의료계와 일부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의료영리화' '정보통신기술(ICT) 재벌특혜'라는 프레임을 내걸어 관련 산업 발전에 발목을 걸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측면이 크다.

우리나라는 ICT 강국이고 의료·뷰티산업 등이 꽤 발달했는데도 의료계 등의 반발로 의료행위와의 경계가 불투명한 건강관리 등 새로운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지난 1990년대 중반 의료비가 급증하자 전문적 건강관리회사가 설립되기 시작해 관련 서비스 시장이 일찌감치 22억달러를 넘어섰다.

보건복지부는 건강관리서비스를 '건강의 유지·증진과 질병의 사전예방·악화방지 등을 목적으로 생활습관 개선 및 올바른 건강관리를 유도하는 적극적·예방적 서비스'로 정의할 모양이다. 또 3·4분기까지 의료행위가 아닌 질환예방·건강유지 등 일반적 건강관리를 위한 서비스의 유형과 사례 등을 담은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방침이다. 여기에 담길 서비스의 유형과 사례는 △의료기관의 진단·처방을 토대로 의약품 섭취·식사·운동 등을 도와주는 사후관리 △스마트기기를 통해 축적된 생활습관·생체정보를 활용해 위험요인 등을 알려주는 모니터링 △맞춤형 영양·식단·운동 프로그램 설계 등이다.

앞의 두 가지 서비스는 애매한 구석이 있다. 건강관리서비스에는 일단 만성질환자와 달리 건강한 일반인이 대상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하지만 서비스가 굴러가다 보면 같은 서비스인데도 의사가 하면 의료행위, 그게 아니면 건강관리서비스가 되는 사례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복지부가 시범사업을 하는 고혈압·당뇨 만성질환자에 대한 원격의료 서비스를 보자. 이 서비스는 관련 앱을 설치한 스마트폰을 혈압계·혈당계 근처에 갖다 대면 측정치가 원격의료 의사의 모니터링시스템에 전송된다. 의사는 전송된 생체정보를 토대로 전화로 원격 모니터링과 상담을 하고 문자메시지도 발송한다. 그런데 원격상담과 원격으로 이뤄지는 건강관리서비스가 무 자르듯 구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재원부담 주체도 문제다. 1~3개월마다 원격의료 의사 입장에서는 대면진료와 약 처방만 하던 중간중간에 원격상담 등을 통해 추가로 수입을 올릴 수 있다. 건당 7,000~1만원 정도면 적은 돈은 아니다. 원격진료에 쓰이는 스마트폰과 혈당계·혈압계 등은 시범사업 기간 정부에서 지원하지만 나중에는 건강보험재정과 본인부담으로 전환될 게 뻔하다.

착실한 고혈압·당뇨환자는 알아서 꼬박꼬박 약을 먹고 음식조절 등을 통해 혈당·혈압관리를 한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대다수다. 그들에게 공적자금(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 원격의료 의사에게 원격상담료로 지급해야 할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게 없다. 하지만 본인이 부담하거나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건강관리서비스의 경우 이런 비용을 서비스 이용자와 보험상품 등 사적(私的) 영역에서 부담할 것이다. 만성질환자 규모는 엄청나다. 원격의료 만성질환 범위가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인구 고령화로 연간 만성질환 건강보험 진료비는 이미 18조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원격의료·만성질환 관리를 포함한 의료서비스와 건강관리서비스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큰 그림을 제대로 그려 사회적 동의를 구하는 게 시급해 보인다. 규제 완화나 새로운 서비스 시장 창출 같은 측면에서 찔끔찔끔 대책을 내놓을 게 아니다. 의료취약 지역의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주거나 공공의료를 확충하는 것도 필수다. jaelim@sed.co.kr

임웅재 논설위원 겸 노동복지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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