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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안팎에서는 지금까지 박원순 시장의 가장 큰 업적사업이 2개라는 말이 있다. 하나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세운상가와 그 일대 재생사업이다. 2개의 사업은 많은 논란에도 이제 진도가 나가기 시작했다. 서울역 고가는 오는 3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내년 4월에는 완공이 예정돼 있다. 고가 위에 도서관이나 카페·정원이 들어서 언제든지 산책할 수 있는 고가 공원이 되는 것이다. 고가에서 바라보는 서울시의 동서남북 광경이나 아름다운 낙조는 또 다른 관광자원이 될 수도 있다. 세운상가 역시 지금은 활력이 죽어 있지만 서울시가 최근 '다시·세운 프로젝트' 발표에서 '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게 도심 제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다음달 첫 삽을 뜨게 됐다. 당시 현장을 찾은 박 시장은 "세운상가를 4차 산업혁명 중심지로 만들겠다"며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세운상가가 도심의 창업 인큐베이터로 변신해 글로벌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한다면 서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더할 나위 없는 호재가 될 것이다.
이들 2개 사업이 마무리돼도 시가 밝힌 청사진처럼 100% 될 수 있다고 장담하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미리 실패를 전망하는 것도 성급한 판단이다. 뉴타운과 청계천 복원처럼 과거와 같은 대규모 토건사업을 되풀이하느니 차라리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시장이 되고 싶다'는 것이 박 시장의 시정 철학이었던 만큼 2개 사업이라도 잘만 하면 대박이 될 수도 있다.
안타까운 것은 '시장 업적사업이 2개'라는 말이 자주 나도는 것은 임기 5년 차에 접어드는 박 시장으로는 아플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박 시장이 실제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 그런 것이 아니라 크게 도드라진 사업이 그 정도라는 얘기이지만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시장으로 별로 한 것이 없다'는 가시가 포함돼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과거 토건사업에 대한 향수 때문에 시민들의 평가가 박하다고 할 수도 있고 글로벌 도시들과 경쟁하며 눈높이가 높아진 서울시민들이 2개 사업을 저평가했을 수도 있지만 선출직인 박 시장에게는 분명 아픈 부분이다.
17일 서울시는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 개발과 관련해 현대차와 6개월간의 사전협상을 마무리했다. 앞으로 일정은 본격적인 도시계획 변경과 건축 인허가 절차만 남겨 놓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는 땅값 10조원과 공공기여금으로 1조7,500억원을 낼 정도로 명운을 걸고 있다. 특히 금융비용 등을 감안하면 현대차 입장에서는 하루하루 시간과의 싸움을 해야 하는 형편이다. 지난해 말 박 시장은 옛 한전부지를 찾아 현대차 고위 임원들과 만나 "(서울시 공무원들이) 밤을 새워서라도 2017년 1월에 착공될 수 있게 모든 인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다. 립서비스라고 과소평가해도 그 한마디에 현대차 직원들은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였다. 박 시장이 약속한 대로 옛 한전부지 사업 착공이 단 하루라도 당겨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제 남아 있는 도시계획 변경이나 인허가 과정을 꼼꼼히 체크하는 야전사령관 역할을 해야 한다. 박 시장의 업적이 '2개'로 끝날 것이 아님을 증명해 보일 절호의 기회가 옛 한전부지 개발에 있다. /김홍길 사회부 차장 wha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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