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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여야가 선거구 획정을 볼모로 정쟁에 몰두하는 사이 헌정 사상 초유의 '총선 연기' 사태가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19일 선거구 획정 문제와 관련해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오는 23일을 지나면 4·13 총선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 의장 측의 한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정 의장은 23일까지도 선거구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여야의 잠정 합의안을 의장 직권으로 획정위원회에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23일이 중요한 이유는 총선 준비일정이 처음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날이어서다. 선관위는 24일부터 재외국민 선거를 위해 재외선거인명부 작성을 시작해야 하는데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으면 명부를 온전히 작성할 수 없게 된다. 선관위는 23일까지도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으면 이 부분을 일단 비워둔 뒤 추후 채워넣는 식으로 임시방편에 나설 예정이지만 예상하지 못한 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 긴장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명부 작성 시기는 법적으로 정해진 사항이라 일단 착수할 수밖에 없다"며 "급한 대로 일정을 추진하겠지만 예비후보자들의 소송 등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는 선거구 획정 지연에 따른 전반적인 총선 일정 점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방편으로도 수습이 불가능한 '최악의 경우'는 후보자 등록 신청 때라는 것이 선관위를 비롯한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선거구가 없으니 등록 자체가 불가능한데다 선거를 20일 앞둔 시점이어서 물리적으로도 연기가 불가피해진다는 것이다. 후보자 등록 신청은 선거 20일 전인 다음달 24일부터지만 무소속 후보자의 경우 등록을 위해 해당 선거구 주민 300인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해 3월19일이 실질적 '마지노선'이다.
총선 연기 권한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 공직선거법 196조에 따르면 천재지변 및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총선을 실시할 수 없거나 실시하지 못한 때에는 대통령이 선거를 연기할 수 있다.
다만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은 "총선을 연기하는 일까지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여유를 보이고 있다. 선거구 획정 협상 자체가 본질이 아니라는 사실을 여야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을 골자로 한 선거구 협상 자체는 이미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황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선거구 획정 의결과 함께 테러방지법·북한인권법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선거구 획정을 미루고 있다. 야당 또한 쟁점법안 처리 반대를 위해 선거구 획정 처리를 볼모로 잡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여야는 이날 다시 지도부 회동을 하고 선거구·쟁점법안 협상을 재개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미루고 협상안 검토에 집중하기로 했다. 여야는 주말에 원내지도부가 만나 23일 본회의 의결을 위한 최종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진동영기자 j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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