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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전원주택지에 불법 다세대·빌라 우후죽순

#“마당 있는 소박한 집에서 살고 싶었던 마을 주민들의 꿈이 다 엉망이 됐어요.”

용인 기흥구 영덕동의 잔다리전원마을에는 최근 지하 포함 5층짜리 불법 다세대주택 건물이 8채나 들어서면서 마을 풍경이 엉망이 됐다. 2종 전용주거지로 대부분 마당 딸린 2층 단독주택들이 들어서 고즈넉하던 마을 분위기가 깨졌다. 참다 못한 주민들이 수개월 동안 구청 건축과 시청 감사관실을 드나들며 민원을 넣어, 결국 이 중 4개 건물에 원상 복구 및 시정 명령이 내려왔지만 건축업자들은 요지부동. 원상 복구 비용에 과징금까지 앞으로 손해가 막대할 건물을 이들은 무슨 생각으로 지었을까. 심지어 이미 10여 개 필지를 더 사들였고 마찬가지로 건물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용인·김포·안산 등 수도권 일대에서 단독주택 용지로 분양된 택지에 불법 다세대주택을 짓는 일명 ‘쪼개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허위로 작성된 설계 도면으로 공사 허가를 받은 후 10여 가구가 거주할 원룸 건물로 개조해 준공 승인도 없이 월세까지 놓고 있는 것.

당연히 지자체가 이를 적발하면 시정 및 원상 복구 명령을 내리고, 그조차 이행하지 않으면 매년 과징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별 효과는 없다. 월세 수입에 향후 부동산 가격 상승분까지 계산하면, 1억 원 가까이 벌금을 낸다고 해도 그보다 몇 배 많은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잔다리전원마을 주민 송신화 씨는 “수도권에는 부동산업자들이 밀고 들어와 다가구주택촌이 되버린 단독주택단지가 많다”며 “지하와 옥상까지 건물을 쪼개 10여 가구를 만들어 월세를 받고, 나중에 건물 가격이 오르면 벌금 빼고도 건물당 수억 원씩 이익을 챙겨 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다세대 건물이 자꾸 들어서면 도시계획보다 도로와 주차장, 쓰레기 처리 등 수요도 함께 늘어나 마을이 엉망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기흥구청 관계자는 “전기·배관 등 설비로 볼 때 가구 수 분할 우려가 있는 건물에 대해 공사 중지 및 원상 복구 명령을 내린 상태”라며 “도시건축계획에 세부적인 지침이 없어 법 적용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10여 가구를 한꺼번에 지어 가구 수가 기존 주민들보다 많아지면, 역으로 민원을 넣어 그 지역 규제를 풀어 사업을 양성화시키기도 한다. 잔다리마을이 그랬다. 아직 전원주택이 몇 채 없는 분양 초기에 한 건설업체가 들어와 불법 다세대주택을 십여 채 지은 것. 세대 수가 많아지자 지속적으로 지자체에 민원을 넣어 가구 수 제한을 풀어버렸다. 오히려 합법적인 기준에 맞춰 2층 전원주택을 지은 주민만 빌라에 둘러싸여, 손해 아닌 손해를 보는 ‘바보’가 됐다.



문제는 지자체가 애초에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 외에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 비슷한 피해를 겪고 있는 박인석 명지대 건축과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의 일관되고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박 교수는 “지역 주민들이 잘 감시하고 민원을 넣으면 철저하게 가려내 공사허가를 안 내주는 수밖에 없다”며 “솔직히 건축 담당 공무원이라면 도면만 봐도 ‘쪼개기’를 가려낼 수 있고, 그게 힘들다면 전문가 자문위원회라도 만들면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부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런 불법 건축물에 대한 과징금을 감면해주거나 규제를 풀어 양성화해주는 것도 ‘쪼개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재유기자 0301@sed.co.kr

잔다리전원마을의 일반적인 단독주택




잔다리전원마을에 짓고 있는 불법 ‘쪼개기’ 다세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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