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등과 관련해 양국이 민감하게 대립할 때에도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최근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 전략과 관련해 미국 및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갈라서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은 소련 해체 이전인 1979년에 소련이 침공해 10년 동안 미국이 지원하는 세력과 전쟁을 벌였던 곳이다.
냉전 시대에 첨예하게 대립했던 나라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최근 10여 년 동안 협력해 왔다. 미국은 극단주의 세력으로부터 세계 평화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아프가니스탄 분쟁에 개입했으며, 러시아는 알 카에다와 탈레반 등 무장세력은 물론 마약이 자국에 미칠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협력했다.
NYT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러시아가 발을 빼는 새로운 작전을 ‘무시하기’(the cold shoulder)로 불렀다. 그러면서 최근 러시아의 아프가니스탄 관련 발언과 조치들을 소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특사인 자미르 카불로프는 “우리는 쓸데없는 사건에 합류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미국에 이런 의사를 전달했다”고 최근 말했다. 그는 “솔직히 말해 미국이 시작하는 일에 합류하는 데 질렸다”며 “아프간 정부와 반군과의 대화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대신 러시아는 아프가니스탄의 혼란이 자국에 미칠 영향을 자체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댄 타지키스탄의 군사기지를 강화하고 타지키스탄 군인들과 정기적인 훈련을 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를 위해 12억 달러(약 1조 4,796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러시아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관련한 정보를 탈레반으로부터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미국이 갈라서는 데 대해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관료들은 두 나라가 갈라서는 이유가 “미국의 전략 부재와 미국-러시아의 긴장 등 아프가니스탄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 때문”이라면서 국제 사회 공동 움직임에 균열이 생기고 특히 러시아가 탈레반과 대화 채널을 개설한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현진기자 star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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