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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과 여(24일 개봉)'의 여자 주인공 '상민'을 연기한 배우 전도연은 상대인 '기홍' 역을 맡은 배우 공유(37·사진)에 대해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설레는 느낌을 줬다"고 말했다. 사랑을 말하는 멜로 드라마의 주인공에게 이 이상의 찬사가 있을까. "하지만 막상 촬영하면서 도연 선배한테 제일 많이 들은 얘기는 '여자를 잘 모르는 것 같다'는 거였는걸요. "너는 여자 속을 잘 몰라 답답하게 할 스타일이다. 연애 잘 못할 것 같아"라고 하셨죠. 물론 저는 아니라고 항변했지만요." 배우는 웃으며 말했다.
배우는 '40대가 되기 전 지금 이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꼭 한 번 하고 싶었던' 찰나 '남과 여'를 만났고 일사천리로 출연을 결정했다. 이번에는 유독 계산 없이 연기했다. 애당초 사랑이라는 것이 의도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지만 이번에는 좀 더 순간과 감정에 충실했다고 한다. "반칙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대부분의 대사가 다 제 마음 같았어요. 제가 찍는 장면이지만 실제로 굉장히 슬펐고. 기홍의 어설프고 애매하고 조금은 비겁한 지점들이 나와 닮아 보였어요."
그래서일까. 영화를 찍으며 가슴 아픈 순간이 많았다. 기홍이 불쌍하고 가여웠다. "상민은 그래도 잘 안됐을지라도 자신의 사랑을 당당하게 선택하잖아요. 하지만 기홍은 삶에, 가족에게 밀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요. 심지어 울지도 못하죠. 이 사람은 아마 평생 이 순간을 후회할지도 몰라, 그래도 가족에게 티 내지 않고 잘 살아가야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촬영 내내 정말 너무 힘들어 숨이 막힐 정도였어요."
삶에 지친 여자와 삶의 무게에 짓눌린 남자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영화 '남과 여'는 자칫 불륜을 미화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배우는 "받아들이는 관객들이 그렇게 느낀다면 '아니요'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불륜이라고 해서 사랑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또 이상하다"고 말했다. "물론 이 사랑의 결과로 누군가가 상처받을 수는 있겠지만 내가 느끼는 솔직한 감정들은 '사랑이 아닌 죽을죄'라고 할 수도 없지 않을까요. 이것도 결국 사랑이에요.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은 누구를 선택하느냐 하는 결론이 아닌 과정들이라고 생각했기에 불륜이라는 소재는 개의치 않았던 것 같아요."
'용의자(2013)' 이후 스크린 나들이가 다소 뜸했던 배우를 올해는 자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과 여'를 시작으로 '밀정' '부산행' 등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것. "일 년에 세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저로서도 처음이에요. 장르도 다 달라 어떻게 만들어질까 저부터 기대가 많이 돼요. 무엇보다 현장에서 계속 일만 하다 보니 관객들의 피드백에 너무 목마르네요." /김경미기자 km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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