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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먹방 유감



'먹방'이라는 것이 있다. '먹는 방송'을 의미하는 오래된 신조어다. 셰프가 요리를 하고 옆 사람들은 맛있게 먹는다. 혹은 셰프 출연 없이 그냥 먹는 장면만 나온다. 먹방은 한국과 일본이 비슷하다. 방송 프로그램 포맷은 대개 일본이 10~20년 앞선다고 하는데 먹방도 마찬가지다. 지난 1990년대를 전후해 시작된 일본의 먹방은 지금도 하루 종일 반복된다. 일본 방송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오이시(맛있다)'라는 말도 있다. 최근 먹방은 한국 방송도 점령했다. 하루에도 서너 개의 먹방이 어딘가에서 나온다.

일본에서 먹방이 유행했고 지금도 유행하는 것은 어느 정도 사회학적으로 설명된다. 1980년대 경제 성장의 정점에서 풍요로움을 만끽한 후 비전을 잃어버린 일본인들은 즉흥적인 먹거리에서 흥미를 찾게 됐다. 잘 먹고 잘사는…, 그보다 그냥 잘 먹는 것에 만족하는 인류가 된 것이다.

이제는 한국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3포세대·N포세대 등으로 불리면서 소외된 사람들이 먹방을 유행시켰다는 주장이 지나친 비약은 아니다. 골치 아픈 정치나 경제·취업·결혼 얘기는 잊고 손쉽게 만족할 대상을 찾은 것이 바로 '맛 투어'다. 방송뿐 아니라 신문·인터넷 등에는 음식 스토리가 넘쳐난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한국의 먹방도 한동안 계속될 듯하다. 먹방 PD들이 오랫동안 일거리를 가진다는 말이다.

국내 먹방의 원조라고 하면 배우 최불암이 나오는 '한국인의 밥상'이라고 할 수 있다. 2011년 시작됐고 평가도 좋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질박한 우리 음식 문화를 소개하는 이 프로그램은 지금의 트렌드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음식은 문화가 맞다. 음식 산업 육성이라는 말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산업화하기가 어렵다. 각 민족이나 지역·기후의 차이에 맞게 발전한 것이 음식 문화이기 때문이다. '한식 세계화'에도 신중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세계화라는 거창한 이슈보다 한국 고유의 음식 문화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제강점기와 전쟁, 무분별한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 음식 문화는 많이 파괴됐다. 음식 자체와 함께 음식 예절도 중요하다. '밥상머리 교육'은 이미 죽은 언어나 마찬가지다.

"옛 어른들은 밥을 먹으면서 떠들지 말라고 하는데 나는 서로 대화하면서 즐기는 미국 방식이 좋아"라고 한 사람이 있었다. 물론 이것은 오해다. 밥을 먹으면서 수다를 못 떨게 한 것은 음식이 식기 때문이다. 한식은 특성상 데우는 경우가 많다. 또 여러 숟가락으로 한 냄비에서 음식을 떠먹는 것도 전쟁 후 어려웠던 시절의 후유증이다. 전문가들은 각자 개인 그릇을 사용하는 것이 우리 전통이라고 말한다.

/최수문 문화레저부 차장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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