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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단녀 200만명 일터로 보내자] 육아휴직 말만 꺼내도 대놓고 눈총… '일 vs 육아' 선택 강요 받는 워킹맘

여성 꺼리는 기업문화


"오전7시에 아이를 맡기고 오후7시에 퇴근하면 어린 것이 12시간 동안 유치원에 있는 거예요. 가사도우미를 써봤지만 자주 바뀌니까 아이에게 성격상의 문제가 생기고 야근이라도 하는 날이면 야간에 아이를 맡길 데가 없고…. 회사를 그만두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38세 최모씨, 경력단절 후 미취업자)

"한 달 정도 육아휴직을 쓰는 게 민폐인 것 같고 대체자를 뽑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고…. 좀 오래 쉬고 싶기도 했지만 업종 특성상 다시 적응하기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34세 홍모씨, 경력단절 경험 없는 지속적 취업자)

"출산을 하면서 부서가 바뀌거나 보직변경이 되는 게 대부분이에요. 승진 배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육아휴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아요."(42세 김모씨, 경력단절 경험 후 재취업자)

지난 2013년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25~60세 경력단절여성 4,000명을 대상으로 샘플링 조사한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출산휴가(산전후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직장여성은 58.1%였고 육아휴직제도를 시행하지 않은 직장여성은 68.7%에 달했다. 육아휴직제도가 있는 직장을 다니는 경우에도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답변 비율이 53.4%로 반 이상이었다.

아직도 국내 기업들은 여성 인재가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여건 마련에 인색하다. 이를 비단 여성의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아내와 엄마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일인데 말이다.



일을 하면서 가정을 돌봐야 하는 여성 근로자가 결국 직장에서 떠밀려 나가게 만드는 '경력단절요인'으로 기업의 경직된 근로문화가 우선으로 꼽힌다. 특히 잦은 '야근' 등 장시간 근로환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꼴찌를 다투는 수준이다. 여성의 양육상황을 고려한 유연근무제·시간제근무 등을 허용하지 않는 근로시간의 경직성과 육아휴직제도를 이용하게 하더라도 향후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는 등 압박을 가하는 것 등이 결국 '경단녀'를 양산한다.

여성이 관리자급 이상으로 승진하는 것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인 '유리천장'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 또한 '알파걸'이라 불리는 고학력 여성 인재가 중도에 일을 포기하고 경력단절로 돌아서게 하는 이유다. 글로벌 기업지배구조평가기관인 GMI에서 201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06개 상장사의 여성 임원 비율은 1.9%로 1.1%의 일본과 꼴찌를 다퉜다. 같은 조사에서 노르웨이의 여성 임원 비율은 36.1%, 스웨덴은 27%였다.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기업은 여성 인력이 국가와 기업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고 존중하는 '유연한 가족 친화 직장문화' 조성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기업 최고경영자(CEO) 포럼이나 중간관리자 교육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근로자 출산·양육 지원에 대한 인식을 꾸준히 개선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상인기자

/서울경제신문-한국여성정책연구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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