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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둔화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다음달 3일 개막하는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성장과 개혁의 갈림길에 선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중국이 어떤 경제 설계도를 내놓느냐에 따라 중국의 경착륙위기설의 향방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오류' 지킬 수 있나=이번 양회에서는 무엇보다 지난해 7% 밑으로 떨어진 성장률이 올해는 어느 수준에서 하방 경직성을 보일 수 있을지 전인대 개막일(3월5일) 정부업무보고 때 발표될 중국의 올 국내총생산(GDP) 목표치에 눈길이 쏠린다.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6.9%를 기록해 톈안먼 사태(1989년) 직후인 지난 1990년(3.8%)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7% 밑으로 추락했다. 2012년 이후 3년 연속 유지됐던 바오치(保七·7%대 성장) 시대가 저물고 6%대 성장을 의미하는 바오류(保六)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시장에서 예측하는 중국의 올 GDP 성장률 목표치는 6.5% 안팎이다. 이달 초 중국 거시경제의 컨트롤타워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전인대에서 6.5~7%의 구간 성장률이 제시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수치가 목표로 제시된다면 실제 올해 성장률이 6%에 겨우 턱걸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과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중국 성장률을 6.3%대로 점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예상치는 더 비관적이다. 바클레이스는 6.0%를 예측하고 있고 노무라증권은 5.8%를 예상하며 바오류조차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개혁'과 '성장' 사이에서 조화 고민하는 중국=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던 중국의 성장률 저하는 수출 둔화 등 무역 감소와 중국 내수 경기를 떠받쳤던 부동산 투자 부진, 고정자산 투자 둔화에서 비롯됐다.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중국 경제 규모와 점차 위축되고 있는 세계 경제 현실을 감안하면 수출은 사실상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에 중국 당국은 내수진작에서 경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당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전인대에서 GDP 대비 3% 수준의 재정적자 편성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달 초 중국국제금융공사는 정부의 올해 재정적자가 2조2,000억위안(약 401조원)으로 GDP 대비 3%에 이를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 이 같은 예상을 기정사실화했다.
금융시장과 기업의 부실 우려가 점차 고조되는 상황에서 마냥 성장의 가속 페달을 밟을 수만은 없다는 게 중국 당국의 고민이다. 이 때문에 생산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이른바 '공급 측면의 개혁'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공급 측 개혁은 과잉생산·과잉재고·과잉부채의 해소로 요약된다.
중국 정부는 이미 지난해 12월 경제공작회의에서 5대 정책과제를 제시하면서 공급개혁을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았다. 당시 중국은 공급과잉 해소책으로 파산제도를 적극 도입해 불량자산과 부실기업 처리에 속도를 내고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M&A를 우선으로 하되 파산과 청산 카드를 보조수단으로 삼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재고 물량 처리'도 고민거리다. 당국은 내수를 진작시키면서 부동산 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미분양을 털어낼 수 있는 묘안 짜기에 골몰하고 있다. 전인대에 앞서 열린 최근 공산당 중앙정치국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은 내수진작을 위한 신도시 건설 계획안을 주문했다. 리커창 총리도 이 자리에서 "신형 도시화는 중국 최대의 내수발전 잠재력과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성장률 회복의 키워드로 부동산 시장 부양책을 강조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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