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상하이에서 열렸던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위안화 급변동 가능성을 일축했던 중국이 29일 위안화 가치를 전 거래일보다 0.17% 내리면서 5거래일 연속 평가절하를 이어갔다.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센터는 29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달러당 6.5452위안으로 고시했다. 이에 따라 위안화 가치는 5거래일 연속 하락했으며 이는 지난 1월7일 이후 최장 기간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중국 금융당국은 급격한 위안화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위안화 약세와 외화유출 도미노 현상을 예고하는 징후들이 잇따르자 금융시장도 동요하고 있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에 전 거래일 대비 2.86% 내린 2,687.98로 마감했다. 특히 이날 상하이지수는 장중 한때 4.6%까지 떨어지면서 2014년 11월 이후 15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밀리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중국 당국이 금융시장 자유화의 일환으로 도입했던 자국민의 해외 투자 허용 정책을 전면 중단했다면서 중국 경제둔화와 위안화 약세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을 중국 당국이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FT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애버딘 등이 중국 고객에게 자사 상품을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적격국내유한책임투자자(QDLP) 제도를 최근 중단했으며 일정 자격을 갖춘 개인투자자가 해외 증권·채권을 살 수 있도록 허용한 적격국내개인투자자제도(QDII2) 시행도 연기했다. 블랙록·에버딘 등은 지난해 QDLP 면허를 받았지만 6개월 이상 투자금 배정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QDII2 제도의 경우 7개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지난해 7월 면허를 받았지만 영업을 시작한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금융시장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외국으로 달러가 유출되는 통로가 추가로 열리는 것을 두려워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석연치 않은 외환 행보에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우려를 표하면서 위안화 정책의 투명성을 주문했다. 그는 지난주 상하이 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 후 28일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왕양 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시장원리에 따른 투명한 환율정책을 펼쳐야 하고 시장과의 소통을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