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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문화융성 돌발인사' 언제까지


"작년처럼 그렇게, 사업은 다 벌려놓고 그만두는 사태가 또 생기면 안됩니다." "…(웃음)" 지난 2월29일 경질된 박민권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에게 기자가 앞서 1월 18일 건넸던 말이다. 1월18일은 문체부의 새해 업무계획에 대한 기자브리핑이 있던 날이었다. 언급된 '작년처럼'은 2015년 1월말 김희범 전 제1차관이 취임 6개월만에 돌연 경질된 일을 두고 한 말이다. 즉 국정과제인 '문화융성'을 실현하기 위한 한해 프로그램들을 잔뜩 보고해놓고 이를 책임질 담당 차관이 옷을 벗는 사건을 되풀이하지 말았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불행한 역사는 반복되고 말았다. 문체부 출신의 장·차관의 돌연한 경질이 또 재연된 것이다. 문체부 정통관료의 수난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4년 7월 면직된 유진룡 전 장관은 당시 러시아 방문 중에 외교전문을 통해 경질을 통보받았다. 장관 교체로는 아주 이례적이고 충격적인 방식이었다. 이어 김희범 전 차관은 관광진흥법 통과지연 등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그로부터 1년이 지나고 다시 1차관이 교체됐다. 청와대가 이번에 박 차관 대신 임명한 정관주 제1차관에 대해 "문화예술계 여러 현안을 해결하고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돼 발탁됐다"고 밝힌 것을 뒤집어 보면 전임자의 업무추진에 대한 불만이 있는 셈인데, 청와대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전문성도 원칙도 무시한 인사로 문화융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차관 교체로 남은 장·차관은 전부 비관료 출신이라는 한계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과 김종 제2차관 모두 교수 출신으로서 깜짝 발탁됐고 새로운 1차관은 변호사 출신이다. 정 차관은 새누리당 법률지원단 부단장을 하다가 2014년부터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으로 있었던 사람으로, 담당 분야인 문화예술·콘텐츠에 대한 전문성은 증명되지 않았다. 더구나 이번 인사는 두 명의 차관 가운데 한 명은 관료, 다른 한 명은 비관료 출신으로 균형을 맞춘다는 상식과 관례까지 무시했다. 전문성과 원칙을 내치고 무슨 문화융성을 이루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관료조직의 역할과 능력에 대한 청와대의 인식에 문제가 없는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혹시 '문화'는 아무나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누구가는 하루아침에 눈에 보이는 뭔가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아닌가. 물론 임기 중반을 넘어선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에 대해 조바심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래도 급하다고 실을 바늘 허리에 묶어 사용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원칙을 지키지 않고는 그 어떤 원대한 비전도 빛을 발할 수 없다. 후대에 문화가 융성한 나라를 물려주는 것 또한 인사의 원칙을 지키는 것에서 시작해야 마땅하다.

/문화레저부=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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