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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들 춥다고 움츠리고만 있어서야

오랜 경기부진에 기업 체감기온이 뚝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2월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달보다 2포인트 떨어진 63에 그쳤다. 6년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업들이 그만큼 경기를 안 좋게 본다는 뜻이다. 기업 심리가 꽁꽁 얼면서 고용은 줄고 투자는 위축됐다. 국내 240개 대기업 중 올 상반기 신규 공채를 실시하는 기업은 35%에 불과하고 일부 국가대표급 기업을 제외하고는 상당수 대기업이 투자를 줄이려 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불황기에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안간힘이 안쓰럽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악재는 넘치고 전망도 밝지 않다. 중국 경기부진과 신흥국 위기로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는 커져만 가고 미국에선 잠잠했던 3월 금리인상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카드를 꺼낸 유로존과 일본은 은행 부실과 디플레이션 확산이라는 부작용을 몰고 왔다. 대외환경만 나쁜 게 아니다. 지난해 국내 가계의 연간 소비동향은 71.9%로 사상 최악이었고 주거비 부담 역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노동개혁 입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정국이 '필리버스터 블랙홀'에 빠지며 아예 관심에서 사라져버렸다. 희망이 보여야 투자도 하고 채용도 늘릴 것 아니냐는 기업들의 푸념이 나올 만하다.

그렇다고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 오히려 미래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사업구조 개편으로 기업 체질을 개선하고 혁신역량을 가진 인재를 적극적으로 확보해 새 영역 개척에 나서야 한다. 경기침체로 싼 값에 나온 특허 또는 유망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중국과 일본 기업들이 최근 5년간 해외 기업 사냥에 우리보다 7~8배나 더 많은 자금을 쏟아부은 이유를 직시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도 시급하다. 세계에서 가장 긴 노동시간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의 노동생산성은 근로자와 기업 모두에 불만요인일 수밖에 없다. 노사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더불어 기업 스스로 강력한 위기극복 의지를 표명한다면 정치권도 경제살리기 법안을 더 이상 나 몰라라 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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