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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여성 고용률은 55.7%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50%대를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다가 지난 2012년 이래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양적 증대가 고용의 질적 수준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고용률 증가뿐 아니라 '일자리의 질'도 따져봐야 한다. 2014년 고등학교 졸업자 중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74.6%로 남성 67.6%를 추월하면서 고학력 여성인재가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여성의 경우 첫 취업 성공 이후 평균 27세를 전후로 결혼과 육아 등의 이유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는 '경력단절'을 겪는다. 이후 재취업까지 통상 10년이 걸리기 때문에 30대 중반 업무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를 놓치고 만다. 또 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승진 장벽인 '유리천장'이 여전히 존재해 고급 여성인력이 경제활동을 중단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글로벌 기업지배구조 평가기관인 GMI에서 2013년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06개 상장사 중 여성임원 비율은 1.9%에 그쳤다. 일본을 제외하면 꼴찌다.
지난해 여성취업자 중 정규직 비중은 45.5%, 남성 비중은 53.1%로 큰 차이가 없지만 40대만 따로 집계하면 남성 59.4%, 여성 47.8%로, 50대에는 남성 46.4%, 여성 37.2%로 격차가 점점 벌어진다. 이는 30대에 경력을 단절한 상당수 여성이 40대 이후 비정규직으로 재취업을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직업 분야로 보면 여성취업이 가장 많은 경영·회계 관련 사무직에 13.9%(2013년 통계청 기준)에 해당하는 146만명이 종사하고 있지만 매장 판매직에 106만명(10.1%), 조리·음식 서비스직에 105만명(10.0%), 가사·음식·판매 관련 단순노무직 63만명(6.1%) 등에도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은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지난 5년의 여성고용 추세가 단순 서비스업 종사자가 줄어드는 동시에 보건과 사회복지·종교 관련직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 여성취업이 늘고 있다"면서 "향후 사회복지 분야 또는 교육 서비스 분야의 여성 일자리가 증가하는 것은 추세이며 정부 정책은 이에 해당하는 일자리의 질을 향상하고 전문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자격제도 등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현재 방과후교실·방과후보육 등으로 고학력 여성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창출되고 있지만 대체로 시간제·비정기적 일자리로 고용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이와 관련해 자격제도 정비, 교육훈련 제공 등으로 일자리 수준을 향상하고 더불어 지역사회 고용 확대 및 고용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co.kr
서울경제신문-한국여성정책연구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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