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4일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협의할 공동실무단 구성을 위한 약정을 체결했으나 앞날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국내외 정세는 물론 지역 반발 등 난제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드 배치에 따른 이해관계는 한미 두 나라 차원을 벗어난다. 당초 3 주전에 체결될 예정이던 공동실무단 구성이 미국과 중국간 대화에 따라 연기된 과정에서도 사드 배치는 언제든지 주변국 이해관계 다음의 종속변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한미 양국이 이날 약정 체결을 앞두고 돌린 ‘보도자료’에 ‘사드 배치’도 아니고 ‘사드 배치 가능성’에 관해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제한한 점도 주변국의 반발을 의식한 표현으로 보인다.
국내 문제도 복잡하다. 한미는 이날 공동실무단 구성과 관련한 약정을 체결한데 이어 첫 회의를 가졌다. 공동실무단은 사드체계 배치 부지 선정과 시설 안전 및 환경오염 문제 해결, 배치 및 운용비용 등을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당장 선거를 앞둔 마당에 배치 후보지를 협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배치 후보지는 대구와 부산 기장, 강원 원주, 경기 평택, 전북 군산 등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요격미사일의 사거리(120㎞)를 감안해 중부지역의 산악지역도 배치 후보지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실무단이 바로 후보 지역을 정하지 않더라도 배치 후보지 주민들의 반발은 시간 문제다. 사드 레이더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자파가 사람의 건강을 해치고 사드체계 냉각수 등이 환경을 오염시킬 것이란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비용도 변수다. 국방부의 설명대로 우리 측 비용 부담이 없을지 미지수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 비용은 주한미군이 부담하고, 우리 측은 주한미군 주둔군지위협정(SOFA)과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의해 시설과 부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그런데 주한미군기지 밖에 사드체계 배치 시설이 들어설 경우 부지 매입 비용이 발생한다. 이 비용은 국방예산으로 충당하고 결과적으로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군이 기지 내에서 사드를 배치해도 그만큼 땅을 새로운 부지로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분명한 점은 우려했던 논란이 일지 않아도 사드 배치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이다. 빨라야 3년 이내에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다면 7번째 포대에 해당되는 데 지금까지 완전편제된 포대가 하나도 없는 탓이다. 미군이 운용하는 3개 포대도 미사일 본체의 생산이 늦춰져 48대가 아니라 24대의 감편 체제로 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사의 생산수율이 지금처럼 저율이 지속되는 한 사드 배치는 물리적으로 순연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물론 한미 양국이 급하다고 판단할 경우 기존에 배치된 포대를 한국으로 전진 배치할 수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미군의 세계 배치와 운용전략을 흔들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결국 공동실무단이 출범했어도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장거리 일정의 첫 걸음을 뗀 데에 불과하다. 그 것도 보도자료에 명시된 대로 배치를 위한 업무 시작이 아니라 ‘배치 가능성’을 협의하는 회의가 시작됐을 뿐이다. 보도 자료의 문맥만으로는 미국은 엉덩이를 뒤로 뺀 엉거주춤한 모양새로 일이 시작되고 있다./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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