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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중국의 무역실적이 충격적으로 감소하면서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성장동력이던 수출의 감소 속도가 예상보다 가팔라지는 가운데 수출·수입지표 악화가 내수에도 영향을 미쳐 실물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경기 위축은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에도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수출 급감으로 성장 모멘텀 약화=노무라그룹의 양자오 이코노미스트는 "1·4분기 성장 모멘텀이 다시 더 약화됐다"며 "올해 성장에 강한 역풍을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지난해 성장률이 6.9%로 25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데다 1월에 이어 2월에는 더 큰 폭의 수출 감소세를 나타내면서 중국 정부가 내세운 올해 성장률 목표(6.5~7.0%)의 하한선을 유지하기가 만만치 않아졌다는 것이다.
중국의 2월 무역실적을 지역별로 보면 중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인 미국·브라질·캐나다·독일·프랑스·일본 등 대다수 국가에 대한 수출이 모두 20% 이상 급감했다. 라보뱅크그룹의 마이클 에브리 금융시장 리서치 대표는 이날 지표에 대해 "또 한 번의 충격"이라며 "재정 및 통화 부문에서 추가적인 부양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빚더미에 내몰린 기업=수출 급감 못지않게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은 빚으로 외연 확대에 치중해온 기업들이다. 8일 국제결제은행(BIS)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중국의 비금융기업 부채는 17조4,420억달러를 기록해 전체 신흥국 기업부채(24조3,800억달러)의 71.5%를 차지했다. 2010년 56.6%(7조6,810억달러)로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었던 신흥국 대비 중국 기업부채(금융기업 제외) 비중은 매년 2~3%가량 늘어나 지난해는 70%를 넘어섰다. 2010년 이후 7~8%의 고속성장 드라이브를 걸었던 중국이 이들 자금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면서 기업과 정부의 부채 증가를 부채질했다.
◇부양책이 부실 더 키울 수도=문제는 이 같은 부채 급증이 중국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지만 성장 둔화라는 난관에 부딪친 중국 당국이 쓸 수 있는 카드가 재정 확대와 같은 공격적 부양책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부채 부담으로 위축된 기업들의 경제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지방정부의 부채를 중앙정부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당장 세수 감소에 타격을 입을 지방정부를 위해 중앙정부가 지방 정부 부채를 대신 떠맡아주겠다는 뜻이다. 러우지웨이 중국 재정부장은 "경제구조 개혁을 위해 각 분야가 부채를 축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중앙정부는 오히려 재정 지출을 늘리고 적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들은 세금 부담 경감을 통해 올해 5,000억위안 이상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중국 경제 붕괴의 불씨인 부채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무디스는 "정부의 국영기업과 지방정부 채무지원은 결국 필요한 중국 경제 개혁 속도를 더디게 할 것"이라며 "개혁 실행의 실패는 정책 결정자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에도 직격탄…소비재 수출 위축 우려=중국의 수출과 수입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에도 비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6%에 달한다.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과 수입은 각각 12.6%, 8% 감소했다. 유가 급락에 따른 제품 단가 하락과 함께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가 전체 수출 부진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수출·수입이 계속 부진하면 중간재는 물론 화장품 등 우리나라의 소비재 수출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신현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경제가 충격 없이 내수 중심으로 전환하려면 수출이 어느 정도 성장률을 받쳐줘야 한다"면서 "수출이 계속 큰 폭으로 줄어 중국 경제가 경착륙한다면 우리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구경우기자 hb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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