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됐다. 더민주의 ‘당 대포’를 자임했던 그가 엉뚱한 곳에 포격을 가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난해 5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시 같은 당 최고위원이었던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사퇴할 것처럼 공갈한다”라고 비꼬아 징계를 받았다. 결국 공천관리위원회는 아군을 포격한 대포를 전장에서 퇴역시켰다. 정 의원의 열성 지지자들은 더민주의 홈페이지를 마비시키며 거센 항의를 이어갔으나 결과는 뒤집히지 않았다. 당 지도부가 지역구 경쟁력보다도 막말 정치의 종결을 택한 셈이다.
19대 국회에서는 무시로 막말이 터져 나왔다. 정 의원이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더라도 수긍이 갈 정도다. 최근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욕설을 해 파문이 일었지만, 그 대상이 대표라서 논란이 됐을 뿐 욕설 자체가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2012년 11월 홍어의 생식기를 입에 올리며 야권을 공격했고,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7월 2일 김 최고위원에게 공개석상에서 “X새끼”라고 핏대를 세웠다. 김무성 대표 역시 지난해 12월 18일 봉사활동을 하던 중 참가자를 가리키며 “연탄 색깔하고 얼굴 색깔이 똑같다”며 웃었다. 해당 학생은 흑인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밸런타인데이에 TV에 나와서 미셸 오바마 미국 영부인으로부터 깜짝 영상편지를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즉석에서 아내에게 영상편지를 전하며 “오바마는 당신이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당신을 소중히 여겨요. 오바마가 케어해줄게요”라고 말해 역점 정책인 ‘오바마 케어’까지 홍보하는 재치를 보였다. 갑자기 우리 의원들이 오바마 대통령 같은 언어의 연금술사가 되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정 의원의 경우를 반면교사로 삼아 20대 국회가 적어도 막말에서만큼은 자유롭기를 기대한다. /전경석기자 kada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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