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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맘때쯤 한국농어촌공사는 하나의 실험을 시도했다. 입사 2~3년 차 신입사원 130여명으로 구성된 '메가루키(mega-rookies)'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이들의 역할은 미래의 메가트렌드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따른 중장기 사업의 기초전략을 수립하는 것이었다. 메가루키로 선발된 신입사원들은 인구와 식량, 물과 에너지, 기후변화와 환경 분야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토론했다.
경험 많은 간부 직원들 중에서는 업무파악도 제대로 안 된 신입사원들에게 무리한 기대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사실 필자도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다만 경험 없는 그들이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고 준비하는가에 대해 알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젊은 세대의 무경험이 무한한 상상력의 원천이 되리라는 기대감도 없지는 않았다. 경험에서 비롯된 고정관념이나 선입견·편견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6개월 후 경험 없는 이들이 보여준 결과는 놀라웠다. 경험 많은 간부직원이나 전문가들도 놀랄 만큼 훌륭한 성과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미래전략 보고서'에는 메가루키들이 발산한 상상력과 집단지성의 결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미래 환경의 분석은 물론 농어촌이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비전과 전략을 함께 담아냈다. 그들 자신에게는 새로운 사고와 시각·안목을 넓히는 기회가 됐음은 물론이다. 수집된 자료와 아이디어는 임직원 모두가 공유함으로써 미래 대비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공감과 소통, 열린 사고와 토론을 통해 '집단지성'의 롤모델을 보여줬다는 점도 높게 평가받았다.
과거의 '상상'이 현실화되면서 '현재'가 만들어진다. 어떻게 상상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달라진다. 기성세대보다 경험 없는 미래세대가 과거의 잣대 대신 새로운 상상력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기업의 미래를 설계하다 보면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듣고 전문가들의 자문도 구하게 된다. 전문성 있는 사람들에게 의존하고 이를 신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메가루키라는 실험을 통해 새롭게 깨달은 사실이 있다. 누가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다. 미래는 미래를 경험할 젊은 세대가 주도해야 한다. 그리고 기성세대는 이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농어촌공사는 다음주부터 새 메가루키들이 활동을 시작한다. 이들이 발산해낼 상상력과 집단지성의 성과에 벌써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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