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관(사진) 주브라질 대사는 11일 “브라질은 한국의 90배에 달하는 국토와 2억명 이상의 인구, 풍부한 자원 등 기초 체력을 가진 나라”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사는 오는 14일부터 열리는 2016년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이날 방한했다.
브라질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8%를 기록했으며 통화가치까지 하락하면서 GDP 기준 경제규모가 세계 7위에서 9위로 내려 앉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10%를 웃돌았으며 실업률은 7~8%에 달했고 3대 신용평가사가 모두 국가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투기)등급으로 강등시켰다. 또 대형 부패 스캔들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까지 탄핵 위기에 처할 정도로 정치적으로도 불안정한 상태다.
그러나 이 대사는 ‘위기가 오히려 기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 가치가 50% 가량 절하돼 달러화 표시 브라질 내 모든 자산 가치가 굉장히 싸졌으며, 브라질 진출의 장벽이었던 각종 규정이 개선되고 있다”면서 우리 기업들이 브라질 기업을 인수·합병(M&A) 하거나 그린필드 투자(공장 건설)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브라질의 투자 여건 개선과 관련, 이 대사는 심해유전 개발 컨소시엄 구성 시 국영에너지기업 페트로브라스가 30% 이상 참여하도록 한 규정이 없어진 것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브라질 항공사에 대한 외국인 지분 소유 한도 역시 종전의 20%에서 49%로 대폭 늘어났다.
이 대사는 “이미 독일 등 유럽국가들과 중국 등은 공세적으로 브라질 기업을 인수하는 등 투자에 나서고 있다”면서 “지난해 브라질 M&A가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으며 외국 자본에 의한 M&A가 특히 증가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브라질이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한다면 정치·경제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정치적으로 대통령까지 연루된 대형 부패 스캔들이 터졌지만 검찰이 성역 없는 수사를 진행하면서 부패의 고리를 끊고 한 단계 성숙된 민주주의 국가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원자재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구조에서 탈피해 본격적으로 제조업 발전에 나섰다는 점, 외국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대외지향적으로 정치·경제적 성향이 바뀌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대사는 “브라질 산업개발청장이 한국의 높은 제조업 생산성을 벤치마크하기 위해 오는 4월 방한할 예정이며, 5월경 한국 투자 유치를 희망하는 브라질 기업과 로펌들이 한국을 찾아 대규모 투자설명회를 가질 것”이라면서 “우리 기업들이 브라질 진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더 늦기 전에 많이 진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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