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성격과도 그동안 맡았던 배역과도 완전히 다른 백인호가 서강준에게는 커다란 도전이자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기회가 됐다. “스트레스 받거나 고민이 있어도 인호처럼 다 드러내지 않고 늘 삭이는 편이에요. 마음 속에 있는 소각장에서 삭여요. 인호를 연기하면서 항상 웅크려 있던 사람이 ‘팡’하고 터트리고 억눌려 있던 것에서 해소되고 해방되는 느낌을 받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도 배우게 된 것 같아요.”
순정만화에 나오는 듯한 외모를 가진 소위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 서강준을 실제로 만나 보니 희극도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곰곰이 생각하다 한쪽으로 눈을 치켜 뜨는 표정이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었기 때문. “코믹 되게 좋아해요. 미스터 빈처럼 슬랩스틱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요. 희극에 연기의 기본이 많이 들어있어서 선배님들도 희극을 꼭 해보라고 하셨어요. 비극보다도 어려운 연기가 희극이라고 하는데요, 코믹 연기는 정말 욕심나요.”
3년 전 집을 떠나 숙소 생활을 하고 있고 어린 나이에 데뷔한 탓에 20대가 ‘누리는’ 경험을 하지 못하는 그에게 20대의 삶은 로망이기도 하고, 배우로서 헛되이 보낼 수도 없는 시간이기도 하다. “20대에는 넘어지기도 하고 다시 일어나기도 하면서 ‘거칠게’ 치열하게 살고 싶어요. 쉬지 못한 것, 일상의 여유를 누려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3년 동안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한 것이 뿌듯하고 이걸로 만족하려고요.” 열심히 살았으니 괜찮다고 하지만 쉬고 싶지 않냐고 떠봤더니 “차기 작품 들어가기 전에 더도 덜도 말고 딱 일주일만 쉬고 싶어요. 시간이 주어지면 여행을 하고 싶은데 유럽에는 한 번도 안 가봐서 런던이나 밀라노에 가보고 싶어요”라는 대답이 재빨리 돌아왔다. 기자가 런던 여행했던 이야기를 조금 들려주자 그는 “런던 되게 좋다던데, 분위기 있고 서정적이고 그래요?”라며 마치 여행을 당장 떠나고 싶기도 하고 너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어보는 모습이 딱 스물 셋 ‘아기’였다.
서강준의 연기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모두 ‘배운다’ ‘배웠다’ ‘배우고 싶다’였다. 그만큼 연기에 대한 열정이 큰 것. 사극 ‘화정’에서는 긴 호흡을, ‘치인트’에서는 자신이라는 ‘벽’을 깨 부수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을 배웠다는 서강준. 미국 HBO의 드라마 ‘안투라지’를 리메이크해 tvN이 6월 방송할 ‘안투라지 코리아(가제)에서 그는 톱 스타 차영빈(빈센트 체이스) 역을 맡았다.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서강준은 안투라지에서 또 한번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차영빈 역을 이번에도 얼마나 자신에게 잘 맞는 옷으로 소화해낼지 팬들의 기대감은 높기만 하다. /연승기자 yeonvic@sed.co.kr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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