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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이 골프로만 수익을 올리는 시대는 지났다." 중국 미션힐스GC 관계자는 1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10~13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를 개최를 둘러싼 이런저런 뒷얘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미션힐스GC는 세계 최대 규모로 기네스북에 기록된 골프장. 중국 선전·둥관에 18홀 골프코스가 12개나 된다. 전체 216개 홀이다. 종전 기록은 18홀 코스 8개의 미국 파인허스트GC였다.
베이징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의 36배 면적, 캐디 3,000명 등 '대륙의 스케일'을 강조하던 미션힐스GC는 최근 들어 '디테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지난달부터 운영을 본격화한 '미션힐스 센트레빌'이 디테일 전략의 핵심이다. 미션힐스GC 선전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센트레빌은 골프장 개장 20주년을 맞아 야심 차게 계획한 '원스톱 여가시설'이다. 200개 이상의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입점한 쇼핑몰부터 아이맥스 영화관, 아이스링크, 볼링장,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스파, 자동차 전시홀, 국제학교까지 없는 게 없다.
50만㎡(약 15만평) 부지에 9,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조성한 센트레빌은 여전히 스케일에 눈길이 쏠리지만 그 속은 차별화된 디테일이 관통하고 있다. 쇼핑몰인 MH몰 건축은 마이크로소프트·보잉의 미국 본사와 우리나라 신세계 센텀시티점 등을 설계한 미국 캘리슨사가 주도했는데 골프코스의 18홀에서 영감 받은 18개 공간으로 꾸몄다. 코스의 굴곡을 인테리어에 적용, 쇼핑을 하면서 골프코스의 리듬과 질감을 경험하게 해놓은 것이다. 이곳에는 한국 기업 이랜드 매장과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도 들어서 있다. 테니얼 추 미션힐스그룹 부회장은 "매년 3만명의 한국 고객이 미션힐스를 찾는다. 한국 브랜드를 늘리고 '치맥집'도 들여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센트레빌이 맞춤형 시설로 가족 단위 방문객을 염두에 뒀듯 골프장 리조트에도 요리강습, 종이 점토 놀이, 미니골프 등 가족이 함께 즐길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 골프장 업계에 불어닥친 위기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지방정부 고위관리가 공금으로 골프를 치는 등 골프에 얽힌 비리가 끊이지 않자 시진핑 정부는 지난해 골프장 폐쇄, 공산당원 골프 금지 등의 강력한 대책을 내놓았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골프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각종 규제 탓에 골프장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은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경영 악화로 신음하는 한국 골프장들이 미션힐스GC의 변화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스케일을 따라가기는 힘들겠지만 마케팅 전략은 벤치마킹할 만하다.
미션힐스GC의 경쟁자는 더 이상 잘나가는 다른 골프장이 아니다. 골프장 측은 "도쿄의 복합단지 롯폰기힐스, 파리 상업지구 라데팡스를 꿈꾼다"고 했다. 미션힐스는 하이커우에도 골프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SM·YG 등 한국 엔터테인먼트사들은 이곳에 소속 가수들의 중국 투어 공연 용도로 대형 콘서트장을 지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둥관=양준호기자 migu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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