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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백조 VS 마성의 흑조, 당신의 선택은?

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백조·흑조 1인 2역

한 몸에서 나오는 상반된 매력, 무대에서 어떻게 나타날까

동작·의상·음악으로 풀어본 흑백 관전 포인트

순수의 백조와 마성의 흑조가 왕자의 사랑, 그리고 관객의 선택을 두고 대결을 펼친다. 유니버설 발레단은 클래식 발레의 대명사 ‘백조의 호수’로 시즌 개막을 알린다.

호두까기 인형·잠자는 숲 속의 미녀와 함께 차이코프스키 3대 발레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백조의 호수는 백조 공주 오데트와 지그프리드 왕자의 사랑, 그리고 이를 방해하는 악마와 그의 딸인 흑조 오딜의 이야기다. 이번 공연은 1895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극장에서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와 그의 제자 레프 이바노프의 안무로 초연한 ‘마린스키 버전’이다. 이 버전의 특징은 백조와 흑조를 한 명이 연기한다는 것. 하나의 몸이 순수와 마성을 오가는 사이 음악도, 의상도 새 옷을 입고 매력을 발산한다. 무용수의 동화 같은 몸짓에 취하면서 백과 흑, 선과 악의 상반된 요소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유니버설 발레단의 시즌 개막작 ‘백조의 호수’에서 백조 공주 오데트와 흑조 오딜은 한 명의 발레리나가 연기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발레리나 황혜민(왼쪽)과 예 페이페이(오른쪽), 예카트리나 크리사노바, 홍향기, 강미선이 1인 2역을 소화한다./사진=유니버설발레단




■동작=연약함 VS 카리스마

백조는 연약하고 가냘픈 느낌을 표현해야 하는 만큼 부드러운 팔 동작이 두드러진다. 팔을 최대한 길게 뻗어 우아한 날갯짓을 표현해야 한다. 등을 활처럼 뒤로 젖힌 뒤 팔을 몸 뒤에서 물결치듯 움직이는 것이 백조 동작의 포인트다. 흑조는 날카로운 카리스마로 맞선다. 단숨에 왕자를 유혹해야 하는 ‘센 역할’에 걸맞게 전반적으로 맺고 끊는 동작이 많다. 오딜이 왕자를 유혹하면서 연속 32 회전하는 푸에떼(Foutte·몸의 중심을 둔 다리를 다른 다리가 때리듯이 빨리 움직이는 동작) 장면은 2막의 백미다.

■의상=순백의 튀튀 VS 강렬한 블랙

1막과 2막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의상이다. 백조는 투명 스와로브스키로 장식된 순백의 튀튀(tutu)로 순수한 여인의 모습을 담아내고, 흑조는 검붉은 보석으로 화려함을 최대한 끌어낸 검정 튀튀를 입는다. 깃털이 날렵하게 선 흑조의 머리장식도 인상적이다.

■음악=부드러움 VS 웅장함



음악의 변화에도 귀를 기울여보자. 1막에서 왕자와 백조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선 고요한 호숫가가 연상되도록 하프, 바이올린의 부드러운 선율이 주 멜로디로 펼쳐진다. 흑조가 등장하는 2막에서는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이 강조된다.

백조의 호수 1막의 백조 군무 장면/사진=유니버설발레단


■그림 같은 군무의 매력

백조의 호수 하면 군무를 빼놓을 수 없다. 극 중 푸른 달빛이 비치는 호숫가를 배경으로 순백의 튀튀를 입은 18명의 발레리나가 군무를 펼치는데, 이 장면은 ‘발레 블랑(Ballet Blanc·백색 발레. 흰 의상의 발레리나가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춤추는 것을 총칭)’의 대명사로 꼽힌다. 2막의 왕궁 무도회에서 왕자에게 청혼하러 온 공주들이 각국의 민속춤을 세련된 발레로 녹여 선보이는 장면도 볼거리다. 3월 23일~4월 3일 유니버설아트센터.

/송주희기자 ss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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